대구포럼 <시를 위한 놀이터>展 6월 15일부터

간결하고도 함축적인’시적 조형 작품 60여 점

서정학 기자

대구미술관(관장 최은주)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새로운 10년을 위한 주제 발굴 기획전 ‘대구포럼’을 신설하고, 6월 15(화)부터 9월 26일(일)까지 대구포럼 I ‘시를 위한 놀이터’를 개최한다.


지속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대구미술관의 방향을 제시할 ‘대구포럼’은 동시대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과 이슈를 창출하여 매년 국제적 수준의 전시를 관람객에게 선보인다.


이처럼 새로운 전시를 신설한 배경에는 1970년대 대구현대미술제(1974-1979)의 역사적 순간을 떠올리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아방가르드들의 실험정신을 계승하려는 의지가 담겨있다.


6월 15(화)부터 개최하는 대구포럼 I ‘시를 위한 놀이터’는 그 서막을 여는 전시로, 예술 본질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상이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시’라는 공통분모에 주목한 이번 전시는 절제된, 그러나 함축적인 조형 언어로 말을 거는 여덟 명의 작가들을 시인에 비견(比肩)했다.


전시 제목 ‘시를 위한 놀이터’는 한 편의 ‘시(예술)’를 위해 시상을 찾는 예술가의 정신적 창작 행위, 그리고 그것이 시도되고 발현되는 장소로서 미술관의 가능성에 착안했다.


하나의 은유로서 ‘시’와 ‘놀이터’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이해될 수 있다.

작가의 관점에서 보자면, 놀이터는 시(예술)가 탄생하기까지 무수한 사색과 상상, 치열한 도전과 실패, 때로는 무목적의 무용(無用)·무위(無爲)로 채워져, 흔적이 남거나 흔적이 지워진 장소이며, 더 나아가 창작이 이뤄지는 영감의 장이다.


그리고 놀이는 예술가에게 있어 창조와 파괴, 재창조로 이어지는 창작의 바로 옆모습이다.

이번 전시는 시의 다양한 외피를 입은 작품들을 소개한다.


시인이 언어로 이미지를 직조하듯 예술가는 물감으로, 흙으로, 영상으로, 또는 빛이나 TV로, 하나의 물성을 가진 유형의 언어를 만든다.


“달은 가장 오래된 텔레비전”이라 말한 백남준(1932~2006)은 어두운 밤하늘을 밝히는 달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텔레비전에 비유해 시간을 초월한 상상을 펼쳤다.


박현기(1942~2000)는 절제된 시구에 대자연을 응축한 시인의 언어처럼 명상적 시선으로 자연의 본질에 다가가며, 우리의 감각과 지각이 공간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느끼도록 유도한다.


TV 모니터와 돌, 나무판의 재료들은 박현기 예술의 시적 언어로서 작용한다.

이강소(1943~)는 80년대부터 서예를 이루고 있는 구조에 이끌려 이를 작업에 구체화하고자 했는데, 신체의 움직임과 필력, 재료의 상태와 이를 둘러싼 총체적 환경이 모여 작품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연으로 나타난 현상과 단순한 획이 불러일으키는 순간순간의 미묘한 결과이다.

문학에서 깊은 진리를 간결하게 표현한 말을 아포리즘이라 부르는데, 이강소의 캔버스는 자유로움과 순수함이 남은 회화적 아포리즘이며, 그 행간조차 비워낸 조각은 흙의 본성 자체가 되었다.


어느 알 수 없는 적막한 자연 속에 외치듯이 때론 속삭이듯 불빛으로 표현된 이정(1972~)의 언어는 현대인의 감성을 네온사인으로 말하고, 피난처를 찾아 두 발로 걸어서 고향(이라크)을 떠나 유럽(그리스)에 정착한 쿠르드 난민 출신 히와 케이(Hiwa K, 1975~)는 자신의 처지를 길가메시(인류 최초의 서사시로 알려진 길가메시 서사시의 주인공)에 비유해, 인간 실존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좋은 신(Good God)’은 어디 있는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직전 여러 국경을 넘어 베를린으로 이주한 동독 출신 작가 비아 레반도프스키(Via Lewandowsky, 1963~)는 종교와 이념의 관계를 꾸준히 탐구하고, 캄보디아 작가 크베이 삼낭(Khvay Samnang, 1982~)은 땅과 종족의 본질적인 연결고리를 원시적 풍경 속에서 섬세한 신체의 움직임으로 표현하여, 몸이 인간이 가장 구체적으로 세상 속에 있는 방식임을 예술을 통해 증명한다.


일본 1세대 대지 미술가 오쿠보 에이지(大久保英治, 1944~)는 마음의 친구 박현기와 이십여 년 만에 작품을 통해 조우하며, ‘걷기’를 통해 능동적 형식의 명상이 깃들어있는 걷기를 선보인다.


이처럼 예술가의 삶과 기억, 미적 경험의 결정(結晶)인 작품은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시가 가장 추상적이고 함축적인 예술의 형태이나 그 단어를 낱낱이 나열하면 일상의 언어가 모여 구축된 것이듯 말이다.

여덟 작가는 새로움을 향한 저항과 모험, 자유로운 실험정신을 기반으로, 때로는 은유와 유머를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통찰을 드러낸다.


전시를 기획한 이정민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동시대 미술의 주요 주제인 신체와 정체성, 난민과 이주, 언어와 소통, 인간과 자연 등을 폭넓게 보여준다.”며 “관람객은 전시장에서 한 편의 시를 위한 예술가의 호흡을 함께 느끼고 상상하며 마치 하나의 시처럼 전시를 읽게 되고, 마침내 자신만의 시를 품고서 전시장을 나서게 될 것이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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