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현직 대통령 구속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구속됐다. 현직 대통령이 구속된 건 헌정사상 처음으로, 사건 발생 47일 만이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된 지 나흘 만이다.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이날 새벽 2시50분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공모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경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하는 등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위법한 계엄 포고령을 발령하고 이를 근거로 국회를 봉쇄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또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인사와 선관위 직원들을 체포·구금하려 했다는 혐의도 있다.
공수처는 150여쪽의 구속영장에서 윤 대통령을 ‘전형적인 확신범’으로 칭하며 탄핵심판이 기각되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등 극단적 수단을 다시 동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배경에는 윤 대통령이 받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소명되고 이 혐의가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에 해당하는 만큼 범죄의 중대성이 크고 윤 대통령 지시를 받아 계엄에 가담한 혐의로 김 전 장관 등 10명이 모두 구속기소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은 또 공수처 주장대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전후해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메신저 앱인 텔레그램을 탈퇴한 점 등에서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공수처에는 내란죄 수사권도 없고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부지법을 택한 것은 전속 관할권 위반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체포 기간을 포함해 최대 20일간 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게 된다.
앞서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는 검찰과 열흘씩 구속기간을 나누어 쓰기로 사전에 협의했는데 오는 24일께 검찰로 윤 대통령 사건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검찰이 보강 수사를 거쳐 다음 달 4일께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할 전망이다. 만일 윤 대통령이 구속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한다면 그 시기는 뒤로 더 밀릴 수 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구속된 후 입장문을 내고 “향후 법과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