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유리창 깨고 “판사X 나와라”…檢 “가담자 구속 수사”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새벽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했다. 
헌정사에서 유례없는 일로 법치주의 최후 보루인 법원이 ‘무법지대’가 된 것에 대해 검찰은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엄정 대응키로 했다.

전날 윤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뒤에도 서부지법을 둘러싸고 시위를 벌이던 지지자들은 이날 오전 3시께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극도로 흥분해 법원 후문에서 경찰 저지를 뚫었다. 일부는 법원 담을 넘어 침입했다.

이들은 경찰로부터 빼앗은 방패나 플라스틱 의자 등으로 법원 정문과 유리창을 마구 깨부수며 3시 21분께 법원 내부로 진입했다. 

지지자들은 곳곳에서 격한 욕설로 위협하면서 경찰을 밀어붙였고 바리케이드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경찰을 향해 소화기도 난사했다.

출입구 셔터를 올리고 난입한 지지자들은 소화기 등을 던지며 법원 유리창과 집기 등을 마구잡이로 부쉈다. “판사X 나와라”라고 외치며 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가 어디 있는지 찾기도 했다. 난동으로 법원 청사 외벽도 뜯어지고 부서졌다. 이들 중 20대로 보이는 젊은 남성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난입 11분 만인 3시 32분께 경찰이 법원 내부로 투입돼 지지자들을 진압했다.

지지자들 저항이 거세지자 경찰은 신체 보호복(진압복)을 입고 경찰봉을 갖춘 기동대를 투입하는 등 총 1천400여명을 동원했고 오전 6시께 법원 안팎의 시위대를 대부분 진압했다.

지지자 45명이 건조물 침입 등의 혐의로 체포돼 일선 경찰서로 연행됐다. 전날 법원 담장을 넘는 등의 혐의로 체포된 40명을 더하면 이틀간 연행자가 85명에 달한다.

경찰도 이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동대원 등 경찰 42명이 다쳤다고 전했고 이 가운데 전치 3주 이상인 중상자가 7명, 경상자가 35명인 것으로 파악했다. 부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경찰은 예상했다.

검찰은 이번 서울서부지법 난입 폭력 사태와 관련해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어젯밤부터 오늘 새벽 사이에 서부지법과 인근에서 자행된 불법 폭력 점거시위는 법치주의와 사법 체계를 전면으로 부정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라며 “주요 가담자들을 전원 구속 수사하는 등 엄정란 수사로 범죄에 상응하는 처분이 내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현장점검에 나선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은 “참담한 심정”이라며 “법원 내 기물 파손 등 현장 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TV로 본 것보다 열배 스무배 참혹하다”고 말했다.

전국 법원의 사법행정 업무를 총괄하는 대법원 산하기구인 행정처를 이끄는 천 처장은 이날 “민원인이 오가는 법원 청사 1층뿐 아니라 5, 6층 등 판사와 법원공무원이 일하는 위층까지도 피해가 확인됐다”며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 부정이자 형사상으로도 심각한 중범죄다. 비상계엄부터 탄핵에 이르기까지 여론이 많이 분열된 상황이지만 모든 건 사법 절차 내에서 해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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