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금단구역’ 용산공원 열렸다…대통령실도 보이네

대통령실 남측 구역·스포츠필드 등 지나는 직선거리 1.1㎞ 시범개방
“국민의 품으로 돌아와 새로운 휴식과 충전의 공간으로 태어날 것”

한 세기가 넘는 120여 년의 시간이 지나 용산공원이 국민에 더 가까이 다가왔다. 

청나라와 일본군 주둔에 이어 미군 기지로 사용되며 ‘금단의 땅’으로 여겨지던 서울 용산공원이 지난 10일부터 열흘간 시범개방된 것이다.

가까우면서도 다가갈 수 없었던 용산공원은 2003년 한미정상 간 용산기지 평택 이전 합의, 2005년 공원화 결정으로 전환기를 맞았다. 

용산공원은 300만㎡, 여의도보다 큰 도심 속 초대형 공원부지이자 최근 대통령실이 용산공원과 맞닿은 곳으로 이전하면서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공원으로 조성되는 용산공원, 시범개방 첫 날 그 곳을 찾아가봤다.

신용산역 1번 출구에서 출발해 3분 정도 걸어올라가면 용산공원의 출입구인 14번 게이트를 만나게 된다. 

현재 용산공원은 미군기지에서 사용하던 14번 게이트를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하다. 

출입구에 들어서자 하늘을 가리지 않는 낮은 건물들과 곳곳에 빼곡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들이 인근의 고층건물과 극명하게 대조돼 눈길을 사로잡는다.

출입구 주변에서는 용산공원을 향한 국민의 첫 걸음을 환대하는 군악대·의장대의 ‘국민이 열다’ 환영공연이 펼쳐졌다. 

시범개방 첫날을 더할나위 없이 기념하듯 웅장하고 힘찬 트럼펫 소리가 방문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용산공원 시범개방 첫날인 지난 10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시민들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위)/시범개방 첫날을 기념해 군악대·의장대의 환영공연이 열리고 있다.


용산공원은 자유롭게 거닐며 주요공간을 둘러보는 방법과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함께 산책하는 방법으로 탐방할 수 있었다. 

이날 첫 해설에 나선 이성남 한국국학진흥원 근대기록문화조사원은 출입구를 통해 들어오면 처음 마주하는 공간인 장군숙소를 시작으로 용산공원을 소개했다.

1959년 건축된 장군숙소는 지난 2020년 7월 개방된 서빙고역 인근 장교숙소 5단지보다 일찍 지어졌다. 

전형적인 미국식 전원주택이자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 형태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장군숙소 인근에는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몇 가지 이색적인 요소들도 찾아볼 수 있다. 

110볼트의 나무 전봇대와 220볼트의 콘크리트 전봇대가 동시에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는데, 특히 나무 전봇대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사용됐던 것으로 이 공간의 쌓여있는 역사를 엿볼 수 있다.

어머니와 함께 용산공원을 찾은 서울 용산구 주민 이익표 씨는 “원래 장군관사였던 만큼, 관리도 잘 돼 있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풍겨 좋다”며 “앞으로 공원처럼 잘 쓰이면 좋겠다. 

근처에 살다보니 추후 내부도 공개되면 여유 있을 때 또 오지 않을까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장군숙소를 지나 걷다보면 빨간색의 ‘경청 우체통’을 만나게 된다. 용산공원에 국민이 바라는 점과 기대 등을 엽서에 자유롭게 작성해 보낼 수 있는 우체통이다.

우체통을 지나 대통령실 남측구역을 향해 가다보니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준비한 재미있는 체험공간도 만날 수 있었다.

물 맛 블라인드 테스트, 친환경 수돗물 음용, 투명 페트병 수거 등을 체험해보면서 뜨거운 햇빛을 피해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대통령실 남측구역까지 완전히 다다르면 탁 트인 풍광과 함께 길섶으로 늘어선 플라타너스가 장관을 이룬다. 

식음료 코너가 마련된 휴게공간에서는 잠깐의 쉼과 함께 들을 수 있는 버스킹 음악공연도 열렸다.

대통령실 건물을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는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드넓은 잔디밭과 관람객들을 환대하듯 바람에 움직이는 하얀 바람개비들이 하나의 풍경을 이뤄 포토존으로도 제격이다. 

또 대통령실 앞뜰과 전시된 경호장비를 관람할 수 있는 대통령실 앞뜰 방문신청도 연이은 대기신청으로 많은 인파가 모였다.

서울 마포구에서 온 정영숙 씨는 “대통령실을 가까이서 바로 볼 수 있고 드넓은 잔디를 꾸민 바람개비도 굉장히 인상깊다. 

새 정부가 들어서서 국민에게 용산공원을 개방해주니 벅차고,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어 힘이 생긴다”며 “우리 후손들에게 이런 나라를 물려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다른 분들에게도 당연히 가보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내와 함께 용산공원을 찾은 황용민 씨도 “그동안 구중궁궐 같은 공간에 갇혀있던 권위주의의 상징에서 탈피해 대통령실을 이 곳으로 이전하고, 동시에 용산공원도 개방돼 정말 뜻깊고 가슴 벅차다”며 “청와대 개방 때도 갔었는데, 이 곳도 마찬가지로 멋진 관광지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첫 해설자로 나섰던 이성남 씨는 “이러한 역사적인 공간에서 이 곳을 찾은 분들에게 길을 안내하며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며 “120여 년 동안의 상흔이 있는 땅이기에 이 곳의 역사성을 많은 시민들과 학생들에게 알려지길 바란다”고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시범개방 첫날 방문객들과 함께 입장해 용산공원을 둘러봤다. 

원 장관은 “이제 대한민국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의 품으로 돌아와서 몇 년간 준비과정을 거쳐 국민의 새로운 휴식과 충전의 공간으로 태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산공원 시범개방은 오는 19일까지 열흘간 실시된다. 시범 개방 부지는 신용산역에서 시작해 장군 숙소와 대통령실 남측 구역, 스포츠필드(국립중앙박물관 북측)를 지나는 직선거리 약 1.1㎞의 대규모 공간이다. 개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지만 머물 수 있는 시간은 2시간으로 제한된다.

매일 5회차(오전 9시·11시, 오후 1시·3시·5시) 중 하나를 선택해 예약할 수 있고 회차별로 500명, 하루 최대 2500명 관람이 가능하다. 선착순 접수임에 예약 결과는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방문 시 예약자 본인과 대통령실 앞뜰 방문 희망자는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만 14세 미만 청소년과 어린이는 신분증 없이 보호자(부모·인솔교사)와 동반하는 경우 입장할 수 있다. 만 14세 이상 청소년 본인이 신청자인 경우 학생증을 지참해야 한다.

국토부는 시범개방 동안 용산공원을 찾은 방문객들의 의견을 수렴·반영해, 오는 9월 전면 임시개방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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