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떻게 코끼리를 밀어냈는가

중국의 환경사 '코끼리의 후퇴' 출간

지금으로부터 약 4천년 전에는 중국 대부분의 지역에 코끼리가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미얀마와 국경을 접한 남서쪽 소규모 보호구역에서만 야생 코끼리가 서식한다.


이러한 '코끼리의 후퇴'를 기후 변화 탓으로만 보기엔 무언가 미심쩍다. 코끼리가 추위에 잘 견디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구의 기온이 약간 오른 기원전 700-200년에도 코끼리의 개체수 증가는 미미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영국 출신의 중국사학자인 마크 엘빈은 중국의 환경사를 다룬 저서 '코끼리의 후퇴'(사계절 펴냄)에서 이러한 코끼리 이동의 원인을 찾아보는 데서 논의를 풀어간다.


책에 따르면 시간적, 공간적 측면에서 코끼리의 후퇴 유형은 중국인들의 거주지 확대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사람들은 코끼리가 서식하는 숲을 개간해 경작지로 바꾸었고 농작물을 지키고자 코끼리를 포획했으며 코끼리 코를 식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코끼리를 전쟁에 동원한 기록도 나온다.


코끼리들은 이런 수난에 자기 터전을 인간에게 내어주고 개체수를 줄여가며 남쪽으로, 남쪽으로 후퇴했다.


"코끼리의 후퇴 양상은 야생동물에게 끊임없이 위협을 받은 대신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었던 단계에서부터, 인간의 정착으로 야생동물의 위협이 상대적으로 감소한 단계로의 전환이 초기에는 서서히, 그리고 나중에는 급속하게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저자가 900쪽이 넘는 이 책에서 3천 년에 걸친 장대한 중국 환경사를 논하면서 코끼리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꺼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코끼리의 후퇴는 인간과 자연의 충돌과 그로 인한 환경 변화를 가장 명쾌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이어 저자는 장기간에 걸쳐 중국 대륙에서 진행된 벌목과 초지 소멸 문제를 다루며 경제성장과 인구 증가가 어떻게 환경에 압력을 가했는지를 살펴본다.


중국의 각기 다른 세 지역에서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비교, 분석하기도 한다.


중국인들이 자연을 인식하는 방식도 들여다보는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중국의 옛 시나 문헌을 인용하기도 한다.

정철웅 옮김. 912쪽. 4만8천원.

장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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