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의 아틀리에'-대구 근대미술 산책

한국 근대미술사를 빛낸 대구의 그림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간 '근대의 아틀리에'는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술평론가 김영동씨가 2010년 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대구 매일신문에 연재해 온 '대구 근대미술 산책'을 엮은 책이다.

 

대구의 근대미술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흔히 한국 근대미술사를 압축해 놓은 것 같다는 말을 한다.

 

대구지역의 근대미술은 개화기 때부터 일제강점기 사이 서화 전통에서 시작한다.

 

대구에는 석재 서병오와 같은 인물을 비롯해 과거의 한묵정신을 근현대로 이어오며 활발한 창작
활동을 펼쳤던 많은 서화가들이 있었다.

 

처음 신미술이 들어오던 20년대 초부터 30년대까지 대구 서양화단은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뚜렷한 작가의식과 이념을 표방한 단체들로서 '영과회'와 '향토회'의 창립은 우리 근대미술사상 가장 주목받는 사건이었다.

 

특히 '영과회'는 계몽적이면서 자주적인 성격의 단체로, 일제시기 독립정신을 띤 문화운동의 선구적인 사례로서 기록된다.

 

오늘날 대구미술의 특징으로서 자연주의 계열의 구상미술 전통과 모더니즘 계열의 추상미술, 둘 다를 이야기하게 되는 이유도 대구미술의 역사를 더듬어 올라가보면 그 연원을 뚜렷이 짐작할 수 있다.

 

우선 1920~30년대에 크게 성장한 자연주의 미술전통과 더불어 한국 근현대미술의 분기점이 되는 해방과 분단, 그리고 전쟁을 거치면서 이미 5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추상미술 현상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60년대 앵포르멜 운동의 선구적인 작업들이 일찍이 모더니즘을 받아들인 이 지역 작가들에 의해서 독자적으로 추구됐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70년대 대구가 현대미술의 본고장처럼 이야기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들의 활동에 힘입은 것임을 짐작키는 어렵지 않다.

 

이러한 대구 근대미술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인성, 이쾌대 같은 이름난 이들은 물론이고 이 지역 작가들 가운데서 우리 근대미술사 전체를 통해 독자적인 위치를 점할 만한 이들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직도 정당한 평가 작업들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채 잊혀져가는 자료들을 찾고 제대로 된 조명을 하기 위해서 앞으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뿌리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통해 현재의 사람들에게 새로운 자극과 교훈을 주고, 미래의 전망을 발견하는 데 진정한 의의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회화와 미술사학을 전공한 저자의 깊이 있고 핍진한 작품 해설과 함께 대구지역 주요 작가 24명의 작품 60점이 올 컬러로 수록돼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회화미술에 대한 안목을 한층 넓히고, 근대와 미술, 역사를 아우르는 지적인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대구라는 한 지역의 미술사가 한국 사회 전체의 근대사와 맺고 있는 맥락의 지층을 이해함으로써, 문화예술을 비롯한 모든 부문의 '서울 집중'이라는 우리 시대의 난제(難題)를 해결하고 지역 문화를 되살리는 길을 모색하는 데 의미 있는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한티재. 272쪽. 1만5천원.

장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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