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연구원 유치 의미와 과제
앞으로 우리나라 뇌 연구 분야의 허브가 될 한국뇌연구원의 윤곽이 드러났다.
대구시는 최근 서면평가와 현장실사를 거쳐 지난 3일 국책사업인 한국뇌연구원 유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대구시-디지스트 컨소시움이름으로 유치된 한국뇌연구원은 동구 신서동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내에 2013년까지 설립될 계획이며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의 부설형태로 운영된다.
그러나 설립 초기 넘어야 할 파고도 만만찮다. 예산 부문과 우수 인력 및 관련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 등 산적한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따라서 뇌연구원 설립 초기, 그동안 준비해 온 운영방안과 추후 개선책 등을 재점검해 세계 초일류 뇌연구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 마련이 중요해 보인다.
뇌연구원, 세계 7대 뇌 강국 진입의 ‘원동력’= 인류의 마지막 연구영역으로 ‘작은 우주’라 불리는 뇌 분야에 대한 연구는 미국·유럽연합(EU)·일본·중국 등 주요 선진국조차 역량을 집중해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분야다.
실제 미국과 EU는 ‘뇌연구 10년 프로젝트’와 ‘유럽 뇌연구 10년 법안제정’ 등을 통해, 일본은 20년간 뇌연구에만 매년 1조5천억원이 넘는 연구비를 투입하는 프로젝트를 추진중에 있다.
국내 뇌과학 분야 전문가들도 뇌연구원이 최근 입지선정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이상의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분야의 마지막 블루오션이자 뇌연구를 총괄하는 국가차원의 첫번째 전문연구기관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디지스트는 뇌연구원이 세계 초일류 뇌연구 중심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각종 의료 인프라와 관련 대학·연구기관 및 산업분야와 연계하는 허브형 협력체계를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기초연구(디지스트)-원천기술연구(뇌연구원)-실용화(첨복)’를 집적화할 수 있도록 최적의 테스트베드인 첨단의료복합단지내에 설립해 원천기술 실용화를 위한 국내외 연구역량 결집으로 국가 미래 신산업 창출에 기여토록 할 방침이다.
2014년 개원 예정인 뇌연구원은 기존 뇌신경생물·뇌신경계질환·뇌인지·뇌신경정보 및 뇌공학 4개 분야 요소기술을 바탕으로 융합연구를 강화해 △뇌 구조 기능 이해 기초연구(뇌과학) △고령화 대비 뇌질환 극복 연구(뇌의약학) △차세대 뇌정보처리 및 응용기술(뇌공학) △뇌과학 기반의 융합적 인지모델 수립 연구(뇌인지) 등 4대 중점 추진 연구목표를 설정했다.
디지스트 신성철 총장은 “대구·경북지역 대학과 병원뿐만 아니라, 국내·외 뇌연구 분야의 우수 연구자들과 긴밀한 연계를 통해 뇌과학 분야의 허브로써 세계적 뇌연구기관으로 도약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 말했다.
‘시급한’ 예산마련 방안= 정부의 뇌연구촉진기본계획 및 디지스트에 따르면 뇌연구원 설립을 위해선 2015년까지 2천650억여원의 초기 사업비가 필요하다.
또한 2017년까지 1조5천억원 이상의 연구개발(R&D) 관련예산 추가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야 미국 MIT·존스홉킨스대, 스위스 연방공과대학, 독일 막스프랑카연구소 등 해외 뇌연구 핵심 거점기관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정도의 위치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뇌연구원 설립에 필요한 설계비·연구개발비 등 638억원의 예산만 지원하고, 2천억원에 달하는 나머지 예산은 대구시(1천600억원)와 경북도(300억원)에서 부담키로 했다.
그런데 대구시는 열악한 재정여건으로 인한 재원마련 방안을 두고, 경북도는 과학벨트 무산에 따른 대구시와의 관계 악화로 재원 출연에 난색을 표하면서 뇌연구원 유치 초기부터 난관에 부닥쳤다.
독립된 국가연구기관으로 설립을 계획했다가 부설연구기관 형태로 바뀌고, 디지스트 컨소시엄과 유치 경쟁에 나섰던 인천-서울대, 대전-카이스트 컨소시움이 유치를 포기한 것도 결국 예산 문제 때문이다. 따라서 뇌연구원 설립 및 운영의 가장 큰 관건은 ‘예산 문제’인 셈이다.
대구시 및 디지스트 관계자는 “예산마련 부분이 당장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업초기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예산부분을)재조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구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