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등 은행권 올해 처음 도입된 IFRS 적용 효과 톡톡
은행권이 올해 처음 도입된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부실채권 규모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이 과거 일정 비율을 무조건 곱해 쌓던 방식인 K-GAAP(한국회계기준)에서, 과거 평균 손실률(경험손실률)을 기준으로 적립하는 K-IFRS로 바뀌면서 충당금 적립 감소 등에 따른 큰 폭의 순이익 증가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IFRS 적용, 은행권 순이익 대폭 증가= 대구은행은 K-IFRS를 적용한 올해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이 1천7억원으로, K-GAAP를 적용한 지난해 1분기 831억원에 비해 21.2%나 증가했다고 1일 밝혔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ROA(총자산순이익률)와 ROE(자기자본순이익률)는 연간 환산 기준 각각 1.34%와 19.85%를 기록했으며, 건전성 지표인 연체비율은 0.87%로 전년동기 1.58%에 비해 0.71%포인트 개선됐다.
BIS(국제결제은행)비율도 13.64%에서 14.27%로 0.63%포인트 나아졌다.
총자산은 전년동기 대비 4.5% 증가한 32조9천124억 원을 기록했다. 총수신은 24조6천819억원으로 전년대비 8.3%, 총대출은 19조2천942억 원으로 6.3% 증가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대구은행 서정원 부행장은 “이런 경영성과는 지난해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부실을 대부분 정리하고, 올해 충당금 전입액이 대폭 감소한 것에 따른 것”이라며 “은행의 장점인 지역밀착영업을 적극 추진해 이자이익, 수수료이익 등 핵심 이익의 꾸준한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실적도 대폭 향상됐다. 국민은행의 올 1분기 순이익은 7천40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42.3%, 우리은행은 5천75억원으로 10.4% 각각 늘었다.
기업은행은 작년 4분기보다 순이익이 112.2%나 급증했고, 하나은행은 2007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순이익이 4천억원을 넘었다.
▲불거지는 ‘과대 평가’ 논란= 이처럼 IFRS 도입·적용에 따른 은행권의 순이익 증가에 대해 금융전문가들은 은행권 자체 실적 공시만으로는 어떤 이유로 실적이 크게 개선됐는지를 알기 어렵다며 추후 금융감독원 전자금융공시 등에 발표되는 감사보고서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은행권 대손충당금 적립의 경우 K-GAAP가 적용된 작년까지 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4개 등급의 부실채권에 대해 금감원에서 정한 일정 비율을 곱한 충당금을 쌓아야 하지만 K-IFRS는 과거 평균 손실률을 기준으로 쌓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충당금 적립 규모가 적어 추가 이익 발생이 커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 들어 중견건설사들의 잇딴 법정관리 신청 등으로 은행권의 3월말 현재 부실채권 비율은 1.98%로 전분기 1.90%보다 오히려 0.08%포인트 상승했다.
부실채권 규모도 25조9천억원으로, 3개월만에 1조1천억원이 증가하는 등 악재가 불거졌지만 은행권 순이익 규모는 크게 늘어났다.
이 때문에 올 1분기 및 작년 1분기 실적 모두를 K-IFRS를 적용해 비교하면 오히려 실적이 나빠진 은행도 나온다는 것이다.
아울러 IFRS 연결재무제표는 지분율 50%를 웃도는 자회사의 순이익을 모두 합산하기 때문에 실제보다 이익이 불어날 수 있는 ‘착시 현상’이 있기 때문에 실적 과대 평가 논란도 불거지는 상황이다.
지역 증권사 관계자는 “대구은행 등 은행권의 올 1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됐음에도 증권사 등에선 ‘어닝 서프라이즈’란 표현을 대부분 쓰지 않았다”면서
“이는 IFRS 도입·적용이 아직 정착되지 않아 감사보고서 이전에 발표되는 은행권 자체 실적 예상치에 대한 평가를 명확히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