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지독한 삶

김이설 장편 '환영' 출간

"왕백숙집으로 출근하던 첫날 아침의 풍경은 바뀌지 않았다. 


나는 누구보다 참는 건 잘했다. 누구보다도 질길 수 있었다. 다시 시작이었다."


소설가 김이설(36) 씨의 신작 장편소설 '환영'(자음과모음 펴냄)의 마지막 문장이다. 


윤리적이고 인간적인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질기게 참고 견디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야만 하는 한 여자의 슬픈 운명이 드러나는 말이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윤영의 끔찍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린다. 


작가는 온갖 불행이 겹친 그녀의 삶을 고개 돌리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본다. 


섣부른 절망이나 희망 따위를 불어넣지 않고 도망갈 곳없는 일상을 지독하게 그린다.


더 지독한 것은 그것으로도 모자라 그 지독한 삶을 질기게 참고 버틴 윤영이 다시 그 굴레 속으로 뛰어드는 결말이다.


윤영은 친정집이 풍비박산이 나서 빚더미에 올라앉으면서 고시원에서 생활한다. 


그곳에서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는 남자를 만나 그의 아이를 가지고 함께 살게 된다. 


공부하는 남편 대신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윤영은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 하고 백숙집에서 일하게 된다.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해도 궁핍한 형편이 나아지기는커녕 갈수록 삶은 힘들어진다. 


시간이 흘러도 걷지 못하는 딸을 위해 큰 병원비가 필요하고, 남편과 친정 식구들은 생활의 모든 짐을 윤영에게 떠민다.


이때 백숙집 왕 사장은 윤영에게 식당 별채에서 몸을 파는 일을 권한다. 


구석으로 내몰린 윤영은 제안을 받아들이고, 갖은 수모와 고통 속에서도 돈을 위해 스스로 타락의 길에 빠진다.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작가 김씨는 "소설을 읽고 쓰는 것은 이 세상이 살 만한 곳인지, 내가 잘살고 있는지 자문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며 "가진 것은 몸 하나밖에 없는 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씨는 장편 '나쁜 피', 소설집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 등에서도 한결같이 참혹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이야기했다.


작가는 윤영의 불행한 일상을 파고들지만 인물 속으로 빠져들지는 않는다. 건조한 문장으로 담담히 그녀의 고통스러운 일상을 전달할 뿐이다.


김씨는 "어려운 계층을 배려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으며 그런 자세로는 소설을 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있는 그대로 현실을 그리고자 소설을 쓰면서 끊임없이 주인공을 품지 않고 밀어내려는 노력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제목 '환영'은 손을 벌리고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듯 오늘도 내일도 계속 찾아오는 고단한 현실을 의미한다. 진저리치게 하는 힘겨운 일상의 반복은 끔찍하지만, 주인공은 그 하루하루를 묵묵히 버틴다.

 

장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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