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쇄신파, 과도체제 주도권 장악 ‘판정승’

김홍기 기자

11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의 겉모습은 타협이었다.

‘비상대책위 재구성’ 문제로 갈등해온 소장파·친박근혜계 연합의 신주류와 친이재오계 중심의 구주류는 파국을 피해 정치적 절충에 합의했다. 하지만 내용상 신주류는 ‘우회 방식의 당 개혁 전술’로 전당대회 이전까지 과도체제의 주도권을 장악하면서 구주류와의 힘겨루기에서 사실상 승리했다. 

한나라당 사무처와 법률지원단은 11일 공석인 당 대표직을 쇄신파의 지원으로 당선된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가 대행하는 것이 당헌 당규에 부합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어진 4선 이상 중진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이 같은 유권해석에 공감대를 이뤘다.

정희수 제1사무부총장은 중진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비대위원장은 최고위원의 통상업무, 전대준비 관련 업무 및 당의 쇄신ㆍ개혁을 위해 활동한다"면서"주요 당무 협의는 대표 권한대행과 비대위원장이 상호 협의해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원내대표는 대표 권한대행으로 국회 및 일반 당무를, 비대위원장은 전당대회 준비와 당 쇄신업무를 각각 맡게 된다.

쇄신파는 이와 함께 안상수 전 대표가 선발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정의화 위원장 체제'를 유지하는 선에서 친이주류와 타협을 했지만, 원외위원장 1명 등 3명의 비대위원을 추가해 친이 중심의 비대위 구성을 소장파와 친박계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는 이 같은 수정안을 승인하면서 쇄신파와 친이계의 힘겨루기는 쇄신파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정의화 비대위원장은 의총에서 “ 3～4개의 소위원회를 만들어서 분야별로 전당대회 준비도 하고 한나라당의 변화와 쇄신에 대해서도 준비를 해나가겠다”면서“이번 전당대회를 통해서 한나라당이 중도보수정당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그런 모습을 갖추는데 비대위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앞으로 한나라당은 더욱더 바꿔나가고 또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계속 할 것이다. 비대위도 한나라당을 쇄신하고 중도보수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해나갈 것”이라며“ 오늘 의원총회는 당이 새로 거듭나기 위한 첫 걸음, 첫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는 의총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좋은 작품이 나오도록 하겠다. 대소사가 있으면 정의화 비대위원장과 협의해서 좋은 방안이 나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도출된 타협안에 대해 "내가 제안을 했고 정 위원장이 즉각 받았다. 서로 공감대가 형성됐고 공적인 일이라서 절차를 밟았다"고 쇄신파와 친이주류간 갈등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