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사이 바이러스성 폐렴 공포 확산
“감기가 걸려도 약조차 먹지 못하는데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성 폐렴이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임신 7개월째인 박모(33)주부는 10일 첫 사망자가 발생한 정체불명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씨는 지난해 친척 가운데 한 명이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폐렴으로 지역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한 달 가량 입원했던 기억이 있어서 더욱 불안해 했다.
10일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바이러스성 폐렴으로 서울시내 대형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7명의 환자 가운데 A(36·여)씨가 뇌출혈 증세로 이날 오전 사망했다.
임산부였던 A씨는 감기 증세로 지난달 8일 이 병원을 방문해 결핵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병원 측이 처방한 약을 먹고도 상태가 계속 악화하자 같은 달 11일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실에 입원했지만, 폐 섬유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뇌출혈 증세까지 보이다 결국 입원 한 달 만에 숨을 거뒀다.
임신 9개월이던 A씨는 치료를 위해 태아를 강제출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성 폐렴 환자가 급증한 가운데 첫 사망자가 나오자 환자 가족들은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런 가운데 보건당국은 산모들에게 집중된 괴 폐질환의 원인을 밝히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우선 환자에게서 채취한 검체를 통해 폐렴을 유발한 바이러스의 실체를 확인하고 있으며, 바이러스의 유전자 검사도 진행하고 있다.
또 최근 상태가 악화해 폐 이식을 받은 환자에게서 떼어낸 병리조직 검사도 병행하고 있으며, 사망 환자의 병리조직 검사를 위해 유족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병원 내에 조사위원회도 구성해 환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은 “일단 바이러스 검사 결과는 오는 12일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에는 8주 정도가 걸리는 만큼 폐렴을 유발한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양 센터장은 또 “그동안 검체 검사를 통해 나온 바이러스는 감기 환자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것이었다.
폐 섬유화를 유발하는 문제의 바이러스가 과거에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종류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외국 논문에 따르면 산모 1천명당 폐렴환자가 1.51명가량 발생하는데,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30%에 이른다”며 “이번 일로 산모들이 너무 불안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