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지 주워 장학금 남긴 할머니 ‘삶의 끝자락’ 지켜주는 주민들

“자식도 없이 혼자 살던 내게 외롭지 않은 마지막 삶이 후회는 없습니다.”

15일 오전 10시 대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의 한 병실. 적막함 사이로 입을 뗀 장귀련(86) 어르신이 지난날을 소회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코와 팔에 연결된 수많은 호스들은 장 씨가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지난달 초 췌장암 4기를 판정받고 긴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장 씨는 17세에 남편과 결혼해 50세가 될 무렵 남편을 먼저 떠나보냈다. 
아이가 없는 탓에 남편을 여읜 후 혈혈단신이 돼 스스로를 산속에 떨어진 ‘외톨이 밤’이었다고 표현한 장 씨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파지를 줍기 시작했다. 때로는 산에 올라 냉이와 쑥을 캐 시장에 내다 팔기도 했다.

장 씨는 기초생활수급비와 함께 돈을 차곡차곡 모아 80세가 되던 해 “돈이 없어 교육을 못 받는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서구인재육성재단에 5천만원을 기부했다.

그는 “자식도 없는 내가 나라에서 ‘공짜 돈(수급비)’을 타 먹는데 사람답게 살아야 저승가서 할 말이 있겠다 싶더라”며 “꼬박꼬박 모으느라 고기 한번 못 먹고 병원에도 못 갔지만 기부하고 나니 공중에 날아가는 듯 기뻤다. 죽기 전에 기부할 때 찍은 사진 한번 쳐다보고 가야지”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의 말처럼 ‘외톨이 밤’이었던 장 씨의 곁에는 ‘우리 새댁’이라고 불리는 든든한 지원군이 마지막 길을 지키고 있다. 봉사만 30년이 넘는다는 평리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위원 한옥자 씨와 이웃 봉사자 구경생 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매일 교대로 병원을 찾아 간병과 말벗을 지원하고 있다. 장 씨는 “평소에도 친정엄마 대하듯 밥이고 반찬이고 챙겨준다. 매일 기분 좋게 해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연신 칭찬했다.

한 씨는 통장 시절 만난 동네 홀몸어르신들이 눈에 밟혀 매일 동네 산책을 하며 찾아갔다고 한다. 통장으로 12년, 이후엔 일반 주민으로 12년간 한 씨는 어느덧 동네의 공식 며느리가 됐다. 한 씨는 2018년 ‘제16회 대구자원봉사대상’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장 씨도 건강이 안 좋아지자 한 씨에게 가장 먼저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고 한 씨가 평리1동에 “할머니가 까만 구토를 해 며칠째 식사를 못한다”고 전하면서 도움을 받아 암 진단을 받게 됐다.

한 씨는 “딸이 되기도 하고 며느리가 되기도 하고 부르시기 나름이다. 
동네 소식을 알아야 내 마음이 편해서 시작하게 된 일”이라며 “어르신들과 함께한 기억이 너무 많이 난다. 

우리 큰 딸이 대학교에 들어갔을 땐 돈을 모아 금팔찌를 해주고 봉지에 담긴 돈뭉치를 전해주려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서구청은 대구지역 최초로 1인가구지원팀을 신설해 고독사 예방과 촘촘한 복지안전망 구축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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