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앞다퉈 '쇄신 경쟁'
김홍기 기자
4.27재보선 이후 한나라당에서 촉발된 개혁 움직임이 야당을 자극하면서 정치권 전체가 쇄신 바람에 휩싸였다.
이번 재보선에서 국민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정치에 대한 강력한 욕구를 표출했고, 여기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몰락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쇄신과 개혁의 핵심은 국민경선제, 상향식 공천 등 국회의원 후보 공천방식의 변화가 중심에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변화와 쇄신은 한·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 과정에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 온 손학규 대표가 먼저 거론했다.
손 대표는 9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역시 미래를 향한 자기혁신의 흐름을 놓치지 말고 혁신ㆍ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며 "당원구조 및 공천개혁을 내용으로 하는 중점 개혁과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동안 개혁특위에서 준비했던 조직개편안을 빠른 시일 내에 절차를 거쳐 확정해나갈 것"이라며 "이와 함께 우리 앞에 당면한 야권통합과 인재영입이라는 통합의 대의에 맞춰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보강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전날에는 최고위원 간담회를 열어 당 개혁특위의 개혁안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당 개혁 특위에서 추진했었던 전당원투표제 도입, 대통령 후보 선출시 완전국민경선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당 개혁안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자유선진당은 선거 패배 등 갈수록 당세가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회창 대표 사퇴'라는 최후의 배수진을 쳤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지금 우리 정치권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다.
우리당도 이 시대의 변화를 직시하고, 우리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도도한 변화의 파도에 휩쓸려 내려갈 것”이라며 “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당 대표직에 물러서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향식 공천제도 폐지, 국민경선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특히 이 대표는 "충청권 세력의 분열 양상을 종식시키고 결집하는 변화를 이뤄야 한다"면서 심대평 대표와의 합당 가능성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기반인 충청권을 튼튼히 해서 전국정당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중이다.
선진당은 이날 변웅전 최고위원을 당 대표에 선임하고, 당 미래개혁 특위에서 논의된 당 개혁사항을 새 지도부가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변 신임대표는 취임일성으로 “지킬 것은 확실히 지키고 탄탄한 토대 위에서 외연 확대를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면서“하향식 공천은 시대가 지났고 국민경선이 시대에 맞는 정치형태이다. 새로운 바람이, 신풍운동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4.27 재보선 쇄신풍의 진원지인 한나라당은 본격적인 초재선 소장파가 주도하는 쇄신논의가 시작되면서 계파간 주도권 경쟁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소장파가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안상수 전 대표가 제안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거부하고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임시 지도부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소장파는 전당원 투표제를 도입하고 대표ㆍ최고위원 분리 선출을 관철시킨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주장에 이재오 특임장관이 지역구에 칩거하는 등 친이 주류는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하지만 2달 안에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고, 내년 총선 공천 영향력이 걸린 당 대표 선거가 있는 상황에서 친이 주류는 어떤 방식이든 움직일 수밖에 없어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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