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미래권력' 박근혜
내년 19대 총선을 지휘할 한나라당 새 지도부의 진용이 갖춰졌다. 정치권은 ‘현재권력’인 이 대통령보다 `미래권력'인 박근혜 전 대표에게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의 정치 재개가 가시권에 들어온 게 아니냐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박 전 대표는 7월 전당대회에 불출마한다는 입장이지만, 그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신임 홍준표 당대표는 앞서 "지금은 `박근혜 시대'"라며 스스로를 박 전 대표의 보완재로 표현하면서 박 전 대표를 비롯한 당의 대선후보들을 야당 공세로부터 막겠다며 `전사(戰士)역'을 자임하기도 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를 만나 당헌·당규 개정과 박근혜 역할론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여당 원내대표이자 대표 권한대행인 그가 이 대통령보다 먼저 박 전 대표를 만나고 언론에 브리핑한 건 여권내 '박근혜'의 위상을 확인시켜준 장면이란 평가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의 당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핵심 측근이다. 지난 3년여 정치적으로 칩거해온 그가 단숨에 3위로 최고위원회에 진입한 것은 친박(친박근혜) 진영의 영향력 확대를 상징한다는 평가다.
친박의원은 60명선이지만, 상당수 중립과 소장파가 이미 '박근혜 대세론'을 인정하고 있어 실제 친박이 갖는 당내 비중은 과반수를 넘나든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박 전 대표의 정치 재개 조건은 과거 친이(친이명박)계가 당을 장악했을 때보다 훨씬 나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미래권력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건 MB정부가 급속히 무너진 반작용이라는 분석이다. 여권에선 "청와대에 더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목소리가 대세다.
익명을 요구한 소장파 의원은 "이명박정부가 예상보다 일찍 '실패한 정권'으로 판명되면서 차기주자들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미래권력에 빠르게 힘이 쏠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