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아홉 가지를 생각하며

심후섭 (아동문학가 · 교육학박사)

필자는 어렸을 적에 비교적 부끄러움을 많이 탔던 것으로 기억된다. 


초등학교 1, 2학년 때라고 생각되는데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면 먼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우리들끼리는 제법 이야기도 잘했던 것 같다. 또래들과 어울려 냇가와 들판에서 재미나게 놀았던 일이 생생하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반장이었던 내가 부반장이었던 여학생에게 제대로 말을 걸지 못했을 정도였다. 


도리어 부반장 여학생이 답답해하며 말을 걸어올 정도였다. 


그러나 그 부끄러움도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아마도 그것은 자신감과 관계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반에서 계속 상위 성적을 유지하고 임원으로 뽑히면서부터 아침마다 다짐했던 것은 `오늘은 얼굴 붉히지 말고 당당하게 말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하자.’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조금씩 개선되어 나간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 생각해보니 행동에 앞서 먼저 그 마음가짐을 돈독히 해야 할 것 같다.


중학교 3학년 때에 아버지의 권유로 마을 서당에 나가 `명심보감’을 읽었다. 


등교하기에도 바쁜데 서당에 다녀오려니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방학 중에 집중적으로 나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야말로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새벽마다 서당으로 나가 훈장님 앞에서 고개를 흔들어대며 `공자왈 맹자왈’하였는데 이때 그 뜻도 모르고 막연하게 외웠던 구절이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렴풋이나마 입가에 미소를 떠오르게 하는 뜻을 품고 있었다.


그때 외웠던 구절 중에서 `구래공 육회명(寇來公 六悔銘)’이나, `군자유구사(君子有九思)’ 등의 구절은 지금도 입에 종종 맴도는데, 그 중에서도 `공자가 이르시기를 군자는 때에 맞게 생각할 것이 아홉 가지가 있으니 무엇을 볼 때에는 분명하게 볼 것을 생각하고’로 시작되는 `군자유구사’가 매우 새롭게 떠오른다.


子曰 君子 有九思 視思明 聽思聰 色思溫 貌思恭 言思忠 事思敬 疑思問 忿思難 見得思義
처음 이 구절을 읽을 때에는 다소 추상적이며 일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읽을수록 점점 그 맛이 새로워졌다.


시사명(視思明)하고 청사총(聽思聰)하라, 무엇을 보고 들을 때에는 분명하고 똑똑하게 그 본질을 파악해야겠다는 것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이때의 태도는 객관적이어야 한다. 


편견을 앞세우다가는 의도나 본질을 정확하게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는 가르침을 준다.


색사온하고 모사공(色思溫 貌思恭)하라, 온화한 얼굴로 공손한 태도를 가지는 것이 군자가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을 생각하라는 가르침이다. 


그 동안 나는 얼마나 표정과 태도를 함부로 해왔던가를 반성하게 한다.


언사충에 사사경(言思忠 事思敬)이라, 말은 중심을 잡아서 진심을 다하고, 일은 정성을 다해 공경스럽게 하라는 가르침이다. 


말은 누구에게나 공감을 받을 수 있게 가려서 해야 하고, 일은 돌멩이 하나 풀 한포기도 함부로 하지 않는 자세로 공경을 다하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의사문하고 분사난(疑思問 忿思難)하라, 잘 모르거든 묻는 것을 부끄러이 여기지 말고, 화가 나거든 화를 낸 뒤의 곤란해짐을 생각해 보라는 가르침이다. 


누구에게나 묻는 사람이 가장 현명한 사람이며, 참을 줄 아는 사람이 가장 힘센 사람이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견득사의(見得思義)하라, 이익이 생겼을 때에는 이것을 취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를 생각하라는 것이다. 


부정한 것을 취하였다가는 패가망신하게 되니 항상 바른 길로 나아가라는 가르침이다.


정말이지 곱씹어 볼수록 유익한 말씀이 아닐 수 없다. 


늘 가슴에 새기고자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우리가 나약해서일 것이다. 


`지푸라기가 한 올 두 올 모여 태산을 이루고, 물방울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져서 바위를 뚫는다’ 하였으니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되뇌며 다가가 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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