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지 못한 손님들

어떤 행사를 막론하고 초대받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행사의 성격이나 규모에 따라서 초대받는 사람이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다. 


초대를 받은 것이 `가문의 영광’일 수도 있겠지만, 마지못해 참석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나라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이 초청하는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일반인으로서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미국에서는 백악관 초청행사에 참석하려면 돈을 낸다. 


만일 대통령과 같은 식탁에 앉을 때에는 멀리 떨어져 앉은 사람보다 수십 배를 부담해야 한다. 한국의 대통령이 청와대로 초청하여 식사를 대접하고 하룻밤 묵고 갈 수 있게 한다면 여기저기서 “대통령이 호텔영업을 하는 것이냐.”하는 비난에 시달리겠지만, 미국에서는 돈을 많이 내는 사람에게는 이것이 허용된다.


자본주의의 원조답게 미국만의 독특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극히 보수적이고 근엄하다. 



특히 매일이다시피 온갖 `날’이 돌아온다. 크게는 4대 국경일이다. 


조금 작게는 국가 기념일이 차지한다. 그 외에도 많은 기념일이 있으며 유명인사의 추모일도 알게 모르게 수없이 많다.


대부분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그러나 종교행사는 규모가 달라진다. 


불교와 개신교 및 천주교 행사는 신도 수에 따른 영향력 때문에 TV나 라디오에 의해서 생중계된다. 


대개 사월초파일 부처님오신 날에 벌어지는 공식 종교의식과 양력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행해지는 천주교 미사가 대상이다. 


신도 수에서는 개신교 측이 가톨릭을 압도하지만 수백 개의 교파로 분열되어 있어 크리스마스이브 행사는 명동성당 미사를 생중계하는 것이 관례다.



불교 역시 수십 개의 종파로 나뉘어 있지만 역사의 맥을 이어온 조계종 본산인 조계사에서 거행하는 봉축 법요식이 생중계된다. 


금년에도 예외 없이 2555년의 불기(佛紀)에 따른 법요식이 거행되었다. 


간밤에 심하게 내린 비 때문에 땅은 젖어 있고 가랑비도 오락가락했지만 수많은 불자들이 합장하고 모여든다. 


일시적으로 중노릇을 경험하는 나이 어린 동자승들은 엄숙하게 거행하는 식은 아랑곳하지 않고 장난치기를 멈추지 않는다.


티 없이 맑은 그들의 순진무구한 마음에 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이 날 법요식에는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이슬람 등 타종교의 대표들이 참석하여 불교의식에 따른 헌화, 헌다, 헌촉에 직접 참여한 것이 보기에 좋았다. 


다른 종교는 몰라도 불교와 개신교는 똑같은 성격의 `자비와 사랑’을 가장 많이 주장하면서도 서로 으르렁대왔다. 


절에 모셔진 부처님을 우상으로 보는 개신교의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두 종교의 갈등은 그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그 정도는 염려할 만큼 심각하지 않다는데 한숨을 놓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이번 법요식의 특징은 다문화가정,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층을 대거 초청했다는 사실이다. 


100만이 훨씬 웃도는 외국인들의 국내정착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아예 한국국적으로 귀화하는 이들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사회적 지위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소외되고 차별 받는 그들을 초청한 것은 참으로 잘 한 일이다. 


그런데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항상 중앙 좌석을 독차지 하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것은 어찌 된 일일까.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를 넘어서 아예 없다. 


조계종 측에서 정치인을 초청하지 않은 것이다. 


그들이 참석하면 매스컴과 불자들의 포커스가 그들에게 집중된다.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유명 정치인들에게 쏠리면 법요식은 겉돈다. 


성스럽고 엄숙해야할 식장이 정치판으로 변한다. 게다가 이슈가 있을 때에는 더더욱 시끄럽다. 


그들을 정식으로 초청하지 않은 불교계의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잘했다고 칭찬하는 것에 인색하고 싶지는 않다.


종교는 정치와 분명한 선을 긋고 있어야 한다. 


정경분리 원칙이 철저히 적용되는 것이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 


종교인의 수가 많은 것이 꺼림칙하긴 하지만 일반 신도들은 정치적 다툼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템플스테이 예산이 삭감되었다고 한나라당 정치인의 산문(山門) 출입을 금지하는 현수막을 절마다 내건 것은 보기에 썩 좋은 일은 아니었다.


이슬람채권법으로 알려진 수쿠크법을 결사반대한 개신교 측의 캠페인은 타종교를 용납하지 않는 옹졸함만 부각시켰다. 경제 정책을 종교의 신앙과 결부시킨 악순환은 글로벌을 외치는 한국으로서는 자가당착이었다. 


정치와 종교는 엄연히 분리되어 있다. 


이를 신도의 숫자를 이용하여 우롱하려는 종교인들이 있다면 신앙을 가면으로 쓰고 실제로는 정치를 하고 있는 잘못된 행동이다.


정치인 역시 믿지도 않는 종교를 오직 표만 의식하여 절도 기웃거리고 교회에도 집적거리는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 


특히 정책 집행자인 행정부, 입법기관인 국회, 법을 집행하는 사법부의 수뇌들은 가능하면 종교행사에 얼굴을 내밀지 않는 것이 좋다. 

비록 자기가 믿는 종교라 할지라도 큰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유착(癒着)으로 보일 수 있음을 깨닫고 자제한다면 훨씬 맑고 명랑한 사회분위기 조성에 일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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