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세 학사모 쓴 에이스이노텍(주) 안경규 대표

20대 못지않은 열정으로 사업·학업 大성공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청춘이냐 아니냐는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있냐의 문제죠. 늦었지만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모릅니다.


매일 매일이 시간과의 전쟁이었지만, 단 한 번도 게으름을 피우거나 대충한 적이 없습니다.


열정과 성실함 만큼은 20대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창호용 하드웨어 전문업체 에이스이노텍(주)의 대표이사 안경규 씨. 올해 63세인 그는 오는 22일 영남대 학위수여식에서 경영학사 학위를 받는다.


2009년 3월, 59세의 나이로 영남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1학년에 입학한 지 4년 만에 아들딸뻘 되는 20대들과 함께 드디어 학사모를 쓰게 된 것이다.


경남 의령에서 5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9세가 되어서야 초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고,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입주과외를 하며 학업을 근근이 이어갔다.


그러나 고등학교 진학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고. “다행히 공부를 잘해서 선생님들께서 돌아가면서 등록금과 보충수업비를 대신 내주셨죠. 덕분에 중학교는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어요. 평생 잊지 못 할 스승님들이죠.”


중학교를 마친 뒤 그는 삼성재단 장학생에 선발돼 제일모직에 입사했다. 그러나 중졸이 최종학력인 그에게 주어진 일은 당연 허드렛일. 수년간 맘고생을 하다가 1970년 퇴사해서 다시 입주과외를 하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기 시작했지만, 학업에 손을 놓은 지 수년 만에 다시 시작한 공부라 그리 녹녹치는 않았다고. 영어, 수학, 과학을 제외한 몇몇 과목에서만 합격했는데 덜컥 입영통지서를 받은 그는 결국 검정고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군 제대 후 학업 대신 사업으로 눈을 돌린 그는 1977년 맞춤복용 고급단추를 제작하는 가내수공업을 시작했고, 1980년 3월에는 결혼도 했다. 생활이 안정되는가했더니 기성복 시대로 접어들면서 맞춤복시장이 쇠퇴하고, 결국 그해 8월 그의 사업은 부도가 나고 말았다.


부모님 병수발과 동생들 뒷바라지에 가장으로서의 책임까지 져야하는 그에게 또 다른 고비가 찾아온 것이다.


“그때부터 보증금 없이 월 2만원 사글세방에 살면서 안 해본 일이 없었답니다.


10여년 만에 겨우 방 두 칸 전셋집을 마련할 수 있었죠. 그리고 1995년 병든 매제 대신 창호용 하드웨어 생산업체인 대산산업을 맡게 된 이후로 사업에만 몰두했습니다. 일단 먹고 살아야 했으니까요.”


그래도 배움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없었던 그는 정부에서 중소기업육성정책의 일환으로 실시한 무료세미나와 무료특강, 최고경영자과정, 리더십과정 등을 찾아다니며 귀동냥으로 경영이론을 쌓아 나갔다.


그러나 그럴수록 학교에서 제대로 된 공부를 하고 싶다는 바람은  더욱 커져만 갔고, 대학진학을 위해 학력미달이 고민이었던 그에게 드디어 길이 열렸다.


1년 3학기 과정인 경신정보과학고에 2007년 입학해 2008년에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2009학년도 대입 수시전형으로 영남대 경영학부에 합격했다. 마침내 꿈에 그리던 대학생이 된 것이다.


사업에서도 그는 꿈을 이뤘다. 2004년 1월, 대산산업에서 출발한 에이스이노텍(주)을 법인으로 전환하고 대표를 맡은 이후 2009년부터 4년 연속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주관 ‘전국품질분임조경진대회’에서 수상했고, 건축업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출액 60억 원 규모의 강소기업으로 키워냈다.


개인적으로도 2012년 9월 지식경제부에서 주최한 ‘전국기술혁신대전’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대구·경북 품질경영연구회와 이노비즈협회 부회장으로도 활동하느라 하루가 48시간이라도 모자랄 정도였지만 그에게 대학공부는 항상 1순위였다고. “1학년과 2학년 때는 단 한 번도 수업에 늦거나 빠진 적이 없어요.


어떻게 들어간 대학인데 소홀이 하겠어요.”


4년간 그의 대학생활을 지켜본 윤상흠 영남대 경영학부 교수는 “항상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아 성실히 수업에 임하는 안경규 씨 덕분에 학생들은 물론 우리 교수들도 자극을 받았다”며 감사로 졸업축하를 대신했다.    

        
그는 이제 올 한 해는 사업에만 몰두할 생각이다. 사업과 학업, 대외활동까지 1인3역을 소화하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었던 그에 대한 가족들의 걱정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환갑, 진갑 다 지나 학사모를 쓰는 게 좀 쑥스럽지만, 이제야 배움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는 그는 “건강을 생각해서 좀 쉬라는 가족의 의견을 존중해서 올 한 해는 학업을 쉴 생각이지만, 내년에는 꼭 대학원에 진학해 앞으로 석사, 박사 과정까지 마치는 게 꿈”이라며 활짝 웃었다. 

   
한편, 오는 22일 열리는 2012학년도 전기 영남대 학위수여식에서 학사 3,726명, 석사 578명, 박사 89명이 학위를 받는다. 14개국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 167명도 이날 학위를 받는다.  

 

김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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