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무문(大道無門)

박동규 대구중리초등학교장

대학에 다닐 때 청담스님을 초빙하여 사상 강연회를 연 적이 있었다. 


생전 처음 교육대학을 방문한다는 청담 스님은 하루 전에 오셔서 시내 사찰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여관에서 묵게 되었다. 


외모가 준수하고 키가 훤칠하신 스님은 육환장 지팡이를 짚고 밤에 시내를 대학생들과 함께 활보하셨다. 


그리고 여러 가지 사상에 대한 이야기와 생활인들의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화제로 많은 대화가 진행되었었다.


어느 날 길을 같이 가는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왜 사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 때 그 사람의 대답이 한참 생각을 한 후에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나는 죽지 못해서 삽니다”하는 대답을 들었다고 하였다. 


정말 이치에 맞는 말이며 사람은 죽지 못해 살아가는 인생이라고 그 분의 말에 동조를 하면서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고 한다.


청담 스님은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에누리 없이 죽어 간다고 했다. 


우리가 보통 쓰는 에누리는 물건 값을 정해 놓은 가격보다 깎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성장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한 치의 에누리 없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의 의미는 삶의 가치와 인생역정에 대한 명목의 구심점이라 하겠다.


각자에게는 타고난 운명이 있지만 그 운명의 길고 짧음에 관계없이 어느 누구든지 에누리 없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들은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야 한다고 말씀을 하셨다. 


청담 스님은 당신 출가의 변에서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입산하게 되었고 분명 사람이 죽어간다는 상대성에는 살아가는 방법이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화두를 들고 참선을 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여관에서 청담 스님을 시봉하는 동광 스님과 대학생 두세 명이 앉아서 큰 스님과의 대화는 계속되었고, 나는 장난기가 슬며시 생겨서 `마음’이라는 것과 스님들은 입적(入寂) 날짜를 정말로 아시느냐고 질문을 한 기억이 있다.


청담 스님은 이 마음의 진리를 꿈으로 풀어보면 더 확실해지고 재미가 있는데, 우리는 밤에 꿈속에서 대우주를 창조한다고 하였다. 


반대로 생각을 해 보면 꿈속의 세상이 생시에 우리가 생활하던 세상과 너무나 같기 때문에 우리는 그 것을 생시인줄 모른다는 것이다. 


이 마음은 생각도 아니고 지식도 아니지만 마음을 빼어 놓으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죄나 복이나 착한 일이나 악한 일이나 다 마음이 하고 지옥이니 천당이니 극락이니 하는 것도 모두 마음이 하고, 도를 깨쳤느니 또는 마음을 깨쳐서 번뇌 망상을 없앴느니 하는 것도 모두 마음이 하는 일이라고 하였다.


어떤 사람은 이 마음을 찾기 위하여 구나(guna)의 운수납자로 먼 여행을 떠나고 피안(彼岸)의 경지에 이른다고 하였다. 


피안(彼岸) 또는 도피안(到彼岸)의 경지에 이르면 어느 누구든지 자기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는 참회하고 자아를 찾고 나를 알기 위한 뼈 깎는 노력이 있어야 자기 자신을 똑 바로 발견할 수 있고, 분명하게 내가 살아가는 방법을 안다는 것이었다. 


청담 스님은 금강산 마하연에서 이 마음공부가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렀다는 견성인가를 조실 스님으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이튿날 교육대학 강당에서 `마음은 곧 나다’라는 생각을 사상 강연회의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우리말로써 제일하기 쉬운 말이 `마음’이라면서 대학생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강연이 끝난 후 청담 스님은 남석이 운영하는 서예 학원에서 지필묵으로 `대도무문(大道無門)’이란 글을 일필휘지하고 `대도’란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큰 도리나 정도(正道)이다. 


거기에는 장애물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면서 뒤로 숨기거나 잔재주로 살아가야 할 필요가 없다는 해석까지 하였다.



통도사를 건너기 위한 다리의 이름은 `三星下半月(삼성하반월)’교이다. 삼성하(三星下)라면 `별 세 개(☆☆☆)아래’라는 뜻이다. 반월(半月)은 반달(?)을 의미한다. 


아래 ?이면 마음 심(心)이 된다. 통도사의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가는 `삼성하반월교’는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는 마음의 다리이다.


이 다리를 건너면 중생들 모두는 청담 스님이 이야기한 마음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라도 가져 보지 않을까 부처님 오신 날 다시 `대도무문(大道無門)’의 글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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