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론 안 된다

최 춘 태 계명대 외래교수

부산 저축은행 사건으로 세상이 시끌벅적하다. 


정부의 관리 소홀, 직무유기로 서민의 눈물을 짜낸 점이 온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평생 동안 먹을 것, 입을 것을 절약해 꼬깃꼬깃 모아둔 알돈을 한 순간에 빼앗겨 버렸으니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고 국민의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9일, 해당 은행의 부장급 다이어리에서 새로운 불법·로비 정황이 포착돼 국민들의 분통은 이제 정부에 대한 적개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이어리에는 특수목적 법인설립을 위해 명의 대여자를 구해야 한다는 것과 가짜 임직원을 찾아야 한다는 경영진의 지시가 담겨져 있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에게는 월급과 함께 수수료까지 꼬박꼬박 지급되었다. 


또, 금감원 사찰을 사흘 앞두고 `위장법인의 통장과 도장을 지워라’는 경영진의 긴급 지시가 내려졌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에서 은행이 영업정지가 되기 전날 VIP 고객에게 따로 연락해 거액의 예금을 인출해준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이 VIP 고객들이 누구인가? 이들이 명의 대여자요 가짜 임직원이란 사실은 불 보듯이 뻔한 일이다. 


또, 금감원의 사찰이 있기 사흘 전 급박한 경영진의 지시와, 하루 전 불법 예금 인출은 은행과 금감원 사이에 유착된 연결고리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 연결고리가 서로의 이익을 전제로 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바로 여기서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사실이 있다. 


법인 설립을 위해 명의 대여자나 가짜 임직원을 구하는 일이 발각만 되지 않는다면, 은행과 금감원 사이에 유착된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앞으로도 계속 터질 것이란 점이다. 


금전이 개입된 현실에서 이들을 막을 방도는 쉽지 않아 보인다.


수일 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금감원을 방문하여 토로한 분노는 국민의 배신감을 달랠 수 없었다. 


`이때 금감원이 개혁을 하지 않으면 언제 하느냐’는 부드러운 훈계로는 오히려 국민의 비웃음을 살 뿐이었다. 


대통령은 그런 솜방망이를 들고 거기 왜 갔는가. 쇠몽둥이를 들고 갔어야 했다. 추상같은 불호령과 관련자 처벌 수위와 대안을 갖고 갔어야 했다. 


그래야 억울한 당사자는 반분이라도 풀리고 돌아선 민심은 정부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줄 수가 있었다.


내 세간을 도적질한 도둑놈에게 곤장을 쳐 추방하지 않고 눈을 끔적거리며 호통을 치는 이장을 어찌 믿고 마을 일을 맡기겠는가. 당사자는 고사하고 손가락질하는 마을 사람들의 분노는 어찌 달래려 하는가.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지 못하면 이장은 이미 그 존재 가치가 없다. 


그 이장이 임기를 마친 후 다음 이장을 선출할 때, 마을 사람들은 그때 그 일을 잊지 않고 권리를 행사할 것이다.

그들의 억울함과 분노를 풀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뜻을 잘 읽고 처신한다면, 이장은 마을 사람들의 입에서 침이 마르도록 칭송받을 것이고, 그의 누이동생이 다음 이장이 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대통령은 금감원 개혁을 그들에게 맡기지 말고 직접 개혁하라. 그들의 내부적인 개혁은 고양이들이 당분간 생선가게 출입을 하지 말자는 의결일 뿐이다.


이 시간이 지나면 생선 비린내의 유혹을 견딜 고양이가 몇 마리란 말인가. 아예 생선은 그들로부터 멀찌감치 떼어 놓아야 한다. 그래도 덤빈다면 그 고양이를 사살해야 한다. 


주인이 언제나 고양이가 먹은 생선 값을 치를 수는 없지 않은가. 주인에게 막대한 해를 끼치는 고양이를 사살하지 않는 포수는 그 주인에게 버림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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