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1년, 그것이 우리에게 일깨워 준 것들

작년 3월, 일본 열도에 유래 없는 강진과 그에 따른 쓰나미가 강타하여, 일본은 물론 전 세계를 불안에 떨게 하였다. 재앙에 있어, 후쿠시마 현에 자리한 원자력 발전소도 예외는 아니었다.


거대한 쓰나미는 원자로 정지에 필요한 안전 설비들을 타격하여 정지불능 상태가 된 후쿠시마 2호기가 수소폭발을 하고, 용융된 연료가 노출되는 끔찍한 참사를 초래하였다.


그 후, 1년의 시간이 지났고, 원자력 발전소에 근무하는 독자로써 후쿠시마 사태가 우리에게 준 변화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후쿠시마 사태 이후, 국내 원자력 발전소(이하 원전이라 한다)들은 진화하고 있다.


국내 원전의 노형은 안전설비에 전원이 차단되더라도, 냉각재의 자연대류로 원자로를 고온정지 상태로 유지하여 연료의 용융을 방지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재난시에 신속한 안전설비의 투입을 보장하기 위해, 이동식 디젤발전기차량을 확보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며, 이는 외부에서도 안전설비에 전력을 공급하여 신속한 원자로의 정지를 보장하도록 할 것이다.


또한, 1.5m 두께의 두꺼운 콘크리트 격납건물은 항공기와의 충돌에도 건전성을 보장하지만, 격납건물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소폭발의 가능성을 더 낮추기 위해 기존의 수소 제거설비를 피동형 수소 제거설비로 교체하여 격납건물 자체가 수소제거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10m 높이의 해안방벽을 쌓아 쓰나미로 부터 안전설비를 보호하여 설비의 건전성을 보장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며, 올해 말까지 완료 될 것이다.


우리 원전은 높은 안전계수를 가지도록 설계되었다.


안전계수란, 실제 설비가 요구하는 설계치 이상으로 갖는 여유의 비를 뜻하는데 국내 원전은 보수적 설계를 적용하여 안전계수 10이상으로 설계되어있고, 안전관련 설비에 사용되는 부품들은 최고품질 등급인 Q등급의 것들을 사용하고 있다.


앞서 말했던 우리의 노력들은 국내 원전의 안전계수를 더욱 높여주는 진화의 한 단면이다.


두 번째로, 대국민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원전사업은 야구와 비슷한 면이 있다.


야구에서 수비수들은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들이 화려한 플레이로 상대공격을 멋지게 막아내어도 관중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자칫 실수를 하면 질타와 야유가 뒤따른다.


원전 사업뿐만 아니라 전력사업은 국가 산업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목적이라 야구에서 수비수의 역할과 비슷하다.


그러나 수비수들이 부실하다면 제 아무리 공격력이 막강한 팀이라 하더라도 경기를 이길 수 없듯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면, 국가산업의 안정적 발전을 도모하기 힘들다.


원전은 국가 보안시설이란 이유로 관련 소식이 언론에 잘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왔던 주역이다.


후쿠시마사태는 그동안 잘 해 왔던 노력들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국민들의 원전과 방사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증식시켰다.


그 후, 우리는 대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원전의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후쿠시마 이후 생긴 우리의 변화를 홍보하는가 하면,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SNS활동을 장려하여 관련 직원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원전에 관한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였다. 


지금 원전은 국민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후쿠시마 사태는 타산지석이 되어 원전 종사자들의 안전의식과 사명감을 고취시켰다.


원전 종사자들은 군인이 아니다.


하지만 후쿠시마의 아수라장에서는 목숨을 바쳐서 일했던 일본 원전 종사자들이 있었고, 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은 한국의 원전종사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국내 원전 종사자들은 보수적인 원전관리와 연중 수차례에 걸친 종사자 교육을 통해, 군인 못지않은 사명감을 가지고 원전의 안전운전에 기여하고 있지만, 후쿠시마 사태는 그들에게 한 번 더 책임감과 사명감을 상기시켰다.


UAE 원전 건설 이후, 최소 1000명 이상의 원전 운영인력이 필요하다.


그들을 양성하는데 있어 사명감과 책임감을 고취시켜 향후 50년, 100년 후에도 지금처럼 안전한 원전의 운영을 기대해 본다.


원자력은 예쁜 칼과 같다. 잘못 사용하면 해롭기 그지없지만, 잘 사용하면 인류에게 아주 편리한 도구가 된다.


다가오는 3월에 우리나라는 핵안보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원자력의 평화적인 이용에 관하여 회담을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원자력 강국 대한민국의 도약을 기대한다.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목록
독자광장 > 독자투고
독자광장 > 독자투고
공지 독자투고는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제시와 기사제보를 위해 마련된 곳.. 편집부 2011.06.11
이전다음 글쓰기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