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전직 “살수차 운전요원”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경찰관 기동대에서 살수차 운전요원으로 1년간 재직했다.
사실 지방에서는 서울에서 만큼의 폭력 시위와 강경 진압이 발생되는 경우가 드물어 살수차 운전 보직을 맡아도 생각했던 것처럼 두렵지도 않았고, 부담도 없었다.
하지만 당시 안일했던 생각이 2015년 11월 14일 ‘제1차 민중 총궐기’라는 이름의 대규모 집회로 인해 변해버렸다.
이날 대규모 집회가 예정되어 있어 소속 기동대가 서울로 동원 됐고, 살수차는 시위대와 경찰 차벽이 서로 대치하는 최 일선에 배치되었다.
이날 경찰 추산 약 7만 여명의 집회참가자중 일부 극성 시위자들이 집회과정에서 경찰의 질서 유지선을 훼손하고 넘어오면서 경찰과 충돌이 생겼고, 필자는 살수차의 지속적인 물 공급을 위해 차량 밖에서 조작하고 있었다.
그때 경찰차벽 밖에서 날아든 가정용 소화기가 머리 옆에 떨어졌고,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이어 벽돌, 건전지 등이 날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법을 어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보장받을 수 있는 헌법상 권리이다.
시위의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과정이 불법이라면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이긴 힘들다.
더 나아가 폭력적 모습이라면 시민들에게 진정성을 전달하기 보다는 반감을 얻을 수 있다.
필자는 지난 ‘2차’, ‘3차’ 민중 총궐기 집회에서 많은 시위자들이 질서정연하게 단체행동을 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았다. 평화적인 집회를 통해 폭력 없이도 얼마든지 시민들의 의사를 다른 이에게 전달한 것이 분명했다.
선진 시위 문화가 정착된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씨앗을 심어 준 것에 감사하고, 자랑스러웠다.
이제 2월 27일 ‘제4차 민중총궐기’가 예고되어 있다. 이날 역시 ‘2차’, ‘3차’ 집회에서 보여 주었던 평화적인 시위 문화를 또 다시 보여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경북 칠곡경찰서 석적지구대 경장 김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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