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

송정119 안전센타 지방소방교 이호용

지난 9월 27일 경북 구미의 ㈜휴브글로벌 공장에서 화학물질인 불산이 취급시설에서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로써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났고 사고지역이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될 정도로 그 후유증을 심각하게 겪고 있다. 


이번 사고로 인해 구미에서 사회적 파장이 컸던 지난 사고들까지 회자되고 있다. 


지난해 TK케미칼 공장 화재, 수도시설 유실·파손으로 인한 두 차례 단수사태 그리고 2008년 코오롱유화 김천공장 화재 시 페놀 유출로 인한 단수사태가 그것이다. 


잇따른 재난으로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며 특히 불산 누출 사고현장 근방의 주민들에게서는 이주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물론 많은 피해를 낳은 재난을 연달아 겪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구미는 그만큼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있다. 


예상치 못한 재난이 발생한 사실 그 자체로 재난대비수준이 드러나고, 전례 없는 재난에 대응하며 그 역량을 진단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대가로 재난에 강해지게 되는 것이다. 


흔히 방재 선진국으로 주목받는 일본의 방재수준도 수많은 재난을 경험하면서 이룬 것임은 온 세계가 알고 있는 바이다.


오늘날의 재난은 더 이상 자연재해나 화재, 교통사고 정도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경제성장과 인구증가를 겪으며 재난형태는 다양해지고 그 규모는 커졌다. 


다변화된 산업구조에서는 화생방사고나 환경오염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다분히 잠재하고 있다. 


게다가 에너지, 수도 등 국가기반체계가 마비되는 재난은 더 이상 영화 ‘다이하드4.0’이나 드라마 ‘유령’에서만 볼 수 있는 재난이 아니다.


한편, 진화한 재난에 대응하는 능력은 얼마나 발전하였는가? 올해 태풍 볼라벤과 산바가 한반도에 상륙하였을 때 SNS가 재난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재난정보를 공유하는 매체로써 큰 역할을 하였다. 


이는 발달된 기술과 일상의 문화를 재난에 적절히 적용한 ‘스마트’해진 대응자세로 볼 수 있다. 


반면, 그 역기능 또한 존재하였다. 


이번 불산 누출사고 때에는 사고발생 당시의 목격자가 적은 반면 피해 범위는 커서인지, 불확실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감정적으로 확산되며 괴담까지 생겨났다.


 이런 모습은 발달된 기술만큼은 발달하지 못한 대응수준으로 비춰진다.


국가의 재난대응능력은 국민이 재난에 대응하는 의식수준으로부터 시작된다. 


독일에서 소방대가 출동할 때 모세의 기적을 연상케 할 정도로 차량들이 길을 적극적으로 터준 장면은 인터넷에서도 유명하다. 


미국 보스턴에서 소화전과 소방차를 연결하는 데 장애가 되는 불법 주정차 차량의 유리창을 파괴하여 연결한 장면 또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떠한가? 소방대 출동 때부터 길을 터주지 않는 차량들로 출동이 지연될 때가 많다. 


소방관서 차고 앞이나 소화전에서 수시로 발견되는 불법 주정차는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수준이다. 


그리고 재난현장에서는 소방대의 대피유도보다도 국민의 단순한 호기심이 우선 시 될 때가 많다. 


소방대원은 안전거리 안으로 들어오는 구경꾼들에 의해 활동에 제약을 받으면서 상황을 개개인에게 일일이 설명하도록 요구 받곤 하는데, 불산 누출 당시에도 소방활동 현장에서 긴급하게 대피를 유도하던 소방대원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사람의 다양한 질문을 받아야만 했다. 


이는 ‘남의 집 불구경 않는 군자 없다.’라는 속담이 뜻하는 인간의 심리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데, 일제히 대피하거나 길을 터주는 정도의 재난대응수준에 이르는 데 장해가 되는 것임은 분명하다.


불산 누출사고 지역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고 이주대책에 대한 목소리도 커졌다. 전례 없는 재난을 복구 중인 지금, 이주는 결코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그것은 회피일 것이며 다른 곳에서 사고가 반복되는 일을 낳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피해주민의 안정을 위해서 국가와 국민이 함께 노력해야할 때다. 당장에도 이들이 마음 놓고 제자리에 돌아오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안전을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특별재난지역 선포 또한 복구를 위한 과정일 뿐 영원한 안전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앞으로의 안전을 위해서는 재난의 예방․대비, 대응 및 복구 과정에 대한 국가와 국민의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그간 우리나라는 재난 복구에는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 왔다. 


2007년 삼성-허베이스피릿호 원유 유출 사고 복구 때 자원봉사자들이 이룬 ‘인간띠’가 기적으로 불리었듯이, 국가적 재난이 있을 때면 범국민적 복구활동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에 비하면 정작 재난을 예방하고 대비하는 데에는 관심이 훨씬 못 미친다. 


뜻밖의 재난일수록 알고 보면, 평소 재난에 대비하는 의식을 가졌더라면 예방할 수 있었던 재난인 경우가 많다. 예상할 방법이 없어 못했던 것이 아니라, 재난을 예상할 관심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 관심은 재난이 닥쳤을 때에도 ‘알리고 대피하고 수습하는’ 삼박자를 맞춰주게 된다.


국민과 국가 간 소통 역할을 하는 언론의 역할은 재난대응 시 더욱 중요해진다. 


언론은 재난정보에 대한 객관성이 결여되면 자칫 비관적 관점으로 치우쳐 국민에게 막연한 공포감과 불안감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재난현장의 소방공무원은 무엇보다도 침착한 정신으로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자질을 필요로 한다. 


아무리 훈련이 잘 된 군인이라도 전쟁터에서 이성을 잃으면 아무 소용없듯이 말이다. 마찬가지로 언론은 절제된 태도로 국민에게 재난상황을 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재난정보의 단편적인 전달에 그치지 않고,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정보로써 지속적으로 재난상황을 진단․분석하여 대처방안을 제시하는 데에 이바지하기까지 이르러야 감시 역할을 넘어 국민의 진정한 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는 국민이 있어야 하고 국민에게는 무엇보다도 안전이 중요하다. 하지만 국민의 안전은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보장될 수 없다. 


국민의 자발적인 협조를 필요로 하며 선진국에 걸맞은 재난관리 역량은 무엇보다도 국민의 안전의식으로부터 비롯된다. 국가의 재난관리를 위한 예산·장비, 인력과 체제는 국민의 안전의식 정도를 반영한다. 


이번 재난피해가 헛되지 않도록 국민의 안전에 대한 관심이 평소에도 지속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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