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난기류…지역 민심 “요동”
“정치논리로 입지결정땐 강력 저항 "대통령 배출지역 돌아온게 뭐있나"”
과학벨트 충청권 확정설이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15일 대구와 경북지역이 강력히 반발, 이 지역 민심이 삽시간에 요동치고 있다.
신공항 무산 이후 지역민들은 ‘또 한번 더 뒷통수를 맞은 격’이라며 이같은 정부의 결정이 사실이라면 동의할 수 없는 것은 물론 강력한 저항이 있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북도는 이날 오후 도청 앞마당에서 1만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총궐기대회에서 “영남권 신공항 건설사업이 무산된데 이어 국가 과학 백년대계를 위한 간절한 염원을 무시하고 비과학적이고 정치논리에 따라 과학벨트 입지가 결정된다면 강력한 저항이 따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시 관계자들도 “과학벨트 최적지는 우수한 기초과학 연구역량과 기반을 갖춘 G(경북)ㆍU(울산)ㆍD(대구)이며 나눠먹기식 결정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한 평가는 있을 수 없다”며 “국가과학백년대계를 위한 과학벨트가 불합리한 기준인 접근성을 내세워 결정된다면 강력한 저항이 따를 것”이라는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지역 일각에서는 “공식 발표는 16일로 현재는 결과를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인데도 대전 대덕지구로 결정된 것처럼 말을 흘리는 것은 공정성을 훼손하고, 그동안의 평가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보도내용이 맞다면 정부는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상적인 발표가 아닌 뭔가 냄새가 나는 결정을, 그것도 일부 언론을 통해 정식 발표일 이전에 알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지역민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대통령 배출지역이라고 매번 좋지않은 방향으로만 TK가 언급되고 있지만 실제로 지역에 혜택은 하나도 못 받은 상태인데 주요 국책사업에서는 판판히 뒤로 밀려나기만 하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는 공감이 시민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하소연은 정부에 대한 신뢰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는 모양새다.
대구시 중구 대봉동의 한 전직 공무원은 “대통령을 배출시켰다고 지역에 돌아온 게 뭐가 있나, ‘오히려 잃어버린 10년’당시보다 더 못하다. 전국이 들썩거려도 대구와 경북은 침체에 침체만 거듭하고 있는 판국인데 이젠 더이상 말도 안나온다. 정부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국가백년대계인 과학벨트가 합리적이고 공정한 입지선정이 아닌점에 분개하며, 만일 이같은 결정이 사실로 나타난다면 지역민들과 함께 강력대응에 나서겠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구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