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청 대구일과학고 건축비 등 지원 못해
대구일과학고등학교를 유치한 대구 동구가 당초 약속한 대로 재정을 지원하지 않아 물의를 빚고 있다.
이를 놓고 구청 재정 등을 감안하지 않고 무리하게 과학고 유치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열악한 동구 재정에도 127억원을 들여 유치한 과학고가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동구주민들에게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점에서 혈세낭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6일 동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대구일과학고 신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학교용지 3만3천㎡ 무상제공과 학교시설건축비 20%, 매년 학교운영비 7천만원, 장학금 3천만원, 실험실습기구 구입비용의 10%를 동구청에서 지원키로 했다. 또 과학고 교사와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스쿨버스 3대도 신서혁신도시 완공까지 지원키로 했다.
이처럼 학교 용지비 81억원과 건축비 45억원, 매년 학교운영비와 장학금으로 1억원 이상이 동구청에서 일과학고를 위해 투입해야 하는 금액이다.
이에 따라 재정자립도가 18.7%에 불과한 동구청이 재원 마련에 한계가 있는데도 무리한 유치경쟁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구청은 지난해 12월까지 학교시설 건축비 45억원을 지급키로 했으나 예산부족으로 연장했지만 올해 본 예산과 1차 추경에 조차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매년 운영비 7천만원과 장학금 3천만원을 지원하겠다고 하고도 첫 해인 올해 500만원 밖에 지원 하지 않아 과학고 운영에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이밖에도 차량도 당초 3대를 지원키로 했으나 2대만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구의회 A 의원은 “과학고를 유치하면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거액을 제시한 배경과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구청이 어떤 예산으로 지원할 것인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며 “만일 구청장이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막대한 혈세를 낭비한 것이라면 잘못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과학고 유치로 인해 예산 반영도 하지 못할 정도로 구청 재정이 심각한 수준이며 이로 인해 주민들과 학교측, 학교 운영위원회 등에서 불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동구 주민차치위원 B 씨는 “현재 과학고 유치 후유증으로 구민들까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동구청의 반응이 궁금하다”며 “첨복과 이시아폴리스 등 동구지역 각종 국책사업도 지지부진해 동구의 재정악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동구청은 현재 국비를 지원 받아 과학고 지원금을 해결할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일 홍보기획 담당은 “당초 127억원이 산출된 금액은 대구일과학고 전체 정원240명 일 때의 지원계획이며 구 재정이 열악해 올해는 1학년 80명만 있어 학교 운영비 및 장학금으로 500만원을 지원했다”며 “앞으로 2천500만원~3천500만원(장학회 500만원, 구청 2천~3천만원) 정도 지원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대구시 전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재정이 어렵지만 내년부터 재정 형편이 조금씩 개선될 것으로 전망돼 당초 지원키로 한 금액의 지원은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해명했다.
최용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