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사이렌 추념, 여전히 어색해
“사이렌 소리요? 오늘 현충일이라서 민방위 훈련하나요?”
6월 6일이 현충일인 것을 알지만 10시 사이렌 추념식을 모르는 시민들은 많았다.
현충일 오전 동성로 거리에는 국가공휴일이라 휴교한 초·중·고등학생들이 이른 아침부터 붐볐다.
상인들은 장사를 시작하려고 유리창을 닦고 물걸레질을 했다. 10시 정각 현충일 추념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상인들은 소리가 나는 쪽을 흘끗 쳐다보다가 이내 다시 물걸레 질을 계속했다. 학생들은 여전히 친구들과 얘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사이렌 소리를 듣고 학생들은 서로 수군거렸다.“방금 사이렌 소리, 민방위 훈련하는거지?”
현충일 10시 사이렌 취명알림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명복을 기원하는 1분이다.
전 국민이 사이렌 소리에 잠시나마 경건한 마음으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을 애도하는 시간이지만, 이 시간을 방위훈련이라 생각 할 정도로 현충일 추념교육이 부족했다.
같은시각 남구 안지랑 네거리도 마찬가지였다.
사이렌 소리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행인들은 두리번거렸다.
몇 몇의 중년남성이 길에 멈춰서 묵념을 하자 지나가던 사람들도 그제서야 가던 길을 멈추고 그 모습을 따라했다.
대명동에 사는 김지안(29)씨는 “사실 일상생활 속에서 갑자기 묵념을 하려니 쑥쓰러워 못했다”며 “묵념을 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니 뒤늦게 경건한 마음이 들어 짧게나마 같이 묵념했다”고 말했다.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는 교통경찰의 도움으로 10시 추념 1분간 교통통제가 있었다.
10시 정각 교통경찰의 수신호에 사거리의 모든 차량이 일제히 멈췄다. 몇몇 운전자들은 차에서 내려 도로에 서서 경건히 묵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통경찰의 수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이렌 추념식을 몰라 어리둥절하는 시민들이 대다수였다.
“사이렌 소리나면 묵념해야 하는건가요?” “길가다가 어떻게 멈춰서 묵념을 합니까?” “1분이면 너무 짧아서 지나쳐도 무방할것 같은데요?”등의 각자 정당한(?)이유들이 있었지만 결국엔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부끄러워했다.
국가보훈처는 올해 현충일 추념식 묵념시간을 전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전국 소방서에 묵념 사이렌 취명 요청을 했다. 또 공중파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도 묵념행사를 알렸다.
이 외에 전국 옥외 전광판에 묵념을 알리는 문구광고·시내 주요 교통 통제유도·묵념을 알리는 현수막 게시등 온 국민의 묵념시간을 유도하려 했지만 여전히 시민들에겐 10시 추념의식은 낯설기만 했다...
강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