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의회 연수비용 편법 사용 '말썽'
안동시의회 의원들의 `외유성’ 해외 연수에 대한 논란(본지 4월22일자 8면, 4월25일자 7면 보도)이 제기된 가운데 안동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상임위원회 간사들이 유럽 4개국 연수를 강행하면서 다른 항목의 예산을 편법으로 사용, 말썽이 확산되고 있다.
시의장.부의장 250만원, 시의원 180만원으로 책정된 지방의원 국외여비가 아닌 별도의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것.
28일 시의회에 따르면 시의장 및 상임위원회 간사인 초선의원 3명 등 총 4명의 시의원이 지난 25일부터 내달 4일까지 9박10일간의 일정으로 러시아와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 4개국 연수에 나섰다.
세계문화유산을 직접 찾아가 하회마을에 부합하는 보존관리, 활용방안 등의 정보 및 자료를 수집한다는 게 이번 연수의 목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 연수를 위해 지방의원 국외여비로 책정된 3천300여만 원의 예산이 아닌 `세계문화유산위원회 참석’으로 책정된 별도의 국외경비 2천400만원을 사용했다.
자신들의 유럽 연수를 위해 세계문화유산위원회에 참석해야 할 예산을 써 버린 것.
문제는 시의장 일행이 사용해 버린 예산이 애당초 편성할 수도 없었던 예산을 교묘한 방법으로 미리 만들어 둔 `비자금’ 성격이 강한 예산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세계문화유산위원회라는 단체가 존재하지 않는 유령 단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직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역이나 단체가 모임을 갖거나 위원회를 구성한 사례는 없다.
때문에 시의회가 예산 편성 당시 이같은 해외 나들이를 염두에 두고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위원회’를 만들어 예산을 편성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예산을 품의했던 의회운영위원장을 비롯한 상당수 시의원들이 해당 예산의 편성 경위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
의회운영위원장은 “해당 예산이 어떤 성격의 예산인 줄 몰랐다”며 “예산 품의 당시 솔직히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당 예산을 편성한 담당 공무원은 “세계문화유산위원회 참석으로 책정된 예산은 `세계문화유산도시 방문’으로 책정된 예산”이라며 “예산 편성 당시 실수로 오타를 범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회사원 최모(41)씨는 “단순하게 생각해도 `위원회 참석’과 `도시 방문’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시의원들이 해외에 나가기 위해 교묘하게 예산을 만들어 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고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