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서 기풍제 1천300년만에 거행
바람을 부르는 기풍제(祈風祭)를 1천300여년만에 거행한다.
`의성 산수유 꽃바람 국제연날리기대회’ 개막 하루전인 31일 의성종합운동장에서 바람이 일어나기를 기원하는 희귀한 제례 의식인 기풍제를 재현한다.
기풍제는 비를 부르는 기우제(祈雨祭)와 추위를 기원하는 기한제(祈寒祭) 등과 함께 우리나라 고대 역사 속에서 중요하게 이루어졌던 제천의식이다.
1천300여년 전 후삼국시대에 왕건과 견훤의 군사가 서남해 바다에서 격돌할 때 적선을 공격하기에 유리한 바람을 기원하는 풍제를 올리는 장면이 TV 드라마로 소개됐다.
그러나 정확한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은 기풍제는 조선시대에 와서 이뤄졌다. 1655년(효종 6년) 조선통신사로 일본을 다녀온 조형의 일본여행기 `부상일기’에 기풍제에 대한 기록이 있다.
작가 신봉승은 `조선통신사의 여정’이란 글에서 `일본으로 출항하기에 앞서 부산 영가대에서 통신사의 정·부사와 서장관이 헌관이 되어 장중한 기풍제를 올려 항해의 안전을 빌었다’고 쓰고 있다.
의성국제연날리기대회의 성공을 비는 고유제 형태로 마련한 이날 기풍제는 축제조직위 관계자들이 전통 기풍의식 차림으로 제단에 술과 떡으로 제사상을 차려올리고 하늘과 바람의 신인 풍백과 영등할미에게 연을 띄울 수 있도록 바람을 일으켜 주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이색적인 전통 제천의식인 이번 기풍제는 의성지역의 옛 고대국가인 조문국 주술사의 대북 천지울림을 시작으로 24개국 선수단이 모인 국제대회를 하늘에 고하고 바람이 일어나기를 기원하는 퍼포먼스 기원무(祈願舞)를 펼친다.
이어서 바람몰이춤(風舞)을 추고, 의성의 유림단과 국내외 참가선수들이 함께 순풍과 풍년을 바라는 기풍의식을 올리는데 기원문도 특별히 낭독한다. 하늘에 제를 올린 후에는 여흥을 위해 전통 민속공연을 뒷풀이로 마련했다.
기풍제 행사를 주관하는 고영학 전통문화컨텐츠개발사업단장은 “조상들은 오래 전부터 꽃샘바람이 부는 초봄을 영등달 또는 바람님달이라 불렀고, 이맘때쯤 전국 곳곳에서 천지간의 조화가 순조롭게 이루어져 풍농이 되기를 기원하는 영등굿을 했다” 밝혔다.
김복규 의성국제연날리기대회 조직위원장은 “의성을 방문하는 외국 선수단들이 우리 고유의 전통 제천의식을 접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그들과 함께 하늘에 제를 올리면서 연날리기의 한국적 의미와 가치를 공감하고, 이번 대회를 통해 외국 선수들이 우리 전통문화를 지구촌 곳곳에 알리는 홍보사절단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광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