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운하 복원을 맞는 포항시민들의 대통령 취임 축하
45년 전, 명사십리 포항 송도를 오가는 동빈내항을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고 포장하는 것을 ‘조국 근대화’의 상징으로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포항만의 자연과 역사를 도외시한 개발 논리에 밀린 환경파괴의 상징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현재 복원공사가 한창인 포항운하는 개발 논리에 묻혀버린 동빈내항의 역사와 자연을 되살리는 사업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포항제철(POSCO)을 건설하기 위해 무려 18번이나 포항을 찾아 현장에서 지휘·감독을 했다. 산업화에 불을 지피기 위해 박태준 회장과 함께 ‘영일만의 기적’을 주도하며 ‘불도저’를 연상시키는 강한 추진력과 열정으로 포항을 임해공업도시로 발전시켰다. ‘영일만의 기적’을 이룩한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은 포항시민이라면 누구나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시대가 흐른 지금, 개발에 밀려 잠시 잊고 있었던 자연환경과 역사적인 애환이 다시 관심을 모으면서 포항운하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포항제철의 투기장 공사와 형산강 하구에 직강공사를 하면서 형산강 물줄기를 바꿔 동빈내항으로 흐르던 샛강을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어 물고기가 뛰놀고 염전을 가로지르는 나룻배가 정겨웠던 곳이 회색의 도심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지역(해도동) 일대는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포항을 대표하는 가장 활기 넘치는 지역이었지만, 도시의 규모가 커지고 친환경의 바람이 불면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변했고, 과거 송도해수욕장으로 통하는 번화했던 상가는 현재 도심 최대의 슬럼지역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에 물길을 새롭게 트는 사업에 포항시민들이 갖는 관심은 클 수밖에 없다.
포항제철(POSCO)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이에 인접한 지역(해도동, 송도동)은 제대로 된 효과를 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욱 낙후되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해도동에 거주하는 박모(78세)씨는 “동빈내항은 옛날 도심을 흐르는 하천으로 귀한 생태적인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빨래하고 멱을 감던 생활공간이자 놀이공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원래 개천이었던 이곳에 둑을 쌓고 바닥을 파기 위해 조선시대부터 많은 사람들이 피땀을 흘렸는데, 그동안 관리가 잘 됐더라면 지금쯤 전국에서 손꼽히는 명소로 발전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포항시민들은 박근혜 18대 대통령의 취임을 맞아, 산업화시대에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철을 생산하기 위해 아버지의 어쩔 수 없이 막을 수밖에 없었던 물길을 그의 딸이 대통령이 되어 물길을 터 줌으로써 진정한 소통과 대통합의 지도자로 성공하길 기원했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그 동안 막혀 있던 동빈내항이 포항운하로 거듭 태어남으로써 잃어버린 역사와 문화를 되살려 포항을 아름답고 살기 좋은 친환경도시로 만들뿐 아니라 개발에 밀려 일부 소외됐던 부분을 복원함으로써 보존의 문화, 생명의 문화로 바꾸어 놓는 의미를 갖는다”면서 “동빈내항의 무거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를 걷어버리는 일은 단순히 복원의 의미를 넘어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잊고 있었던 소중한 우리의 환경을 보듬고 가꾸는 아름다운 대역사”라고 밝혔다.
김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