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사연있는(?) 버스승강장 설치돼 ‘눈길’
박승호 포항시장, 새벽 시내버스서 만난 시금치 할머니와 약속지켰다.
최근 포항시 남구 청림동 포항남부소방서 옆에 작은 버스승강장이 설치돼 이 일대를 지나다니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인근 식물원 이름을 따서 ‘화신식물원 승강장’으로 이름 지어진 이 승강장은 유리창과 의자 설치공사를 끝내고 버스 운행정보를 실시간으로 전하는 버스정보시스템(BIS)까지 장착된 채 따스한 햇볕이 잘 들어와 통행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오가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이곳에 ‘의미 있는’ 승강장이 설치된 데는 박승호 포항시장과 승강장 뒤편 시금치 밭에 일하러 다니는 전기자할머니(71)와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지난해 11월22일 전국적으로 시내버스파업이 단행되자 서민들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듣기위해 새벽 5시45분 환여동에서 출발하는 101번 대체버스에 올라탔다.
박 시장은 해도동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전 할머니와 함께 시금치밭에 일하러 다니시는 세분의 할머니가 버스에 타자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박 시장은 혹한 속 이른 새벽에도 생활비를 벌기위해 일하러 다니는 할머니들의 일상과 시가 추진하는 복지정책의 온도까지 소상한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복지카드와 버스 비, 약값, 식은 도시락에 대한 이야기 까지 듣고 박 시장은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이날 전 할머니는 꼬치꼬치 묻는 박시장의 질문에 대답하다가 내릴 승강장은 지나쳐 버렸다.
박 시장은 즉시 버스를 뒤따라오던 직원의 차량편으로 할머니를 직접 일터까지 동행하며 모셔다 드렸다.
박 시장은 그날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새벽 논둑길을 할머니와 한참 걸으며 포항시내 한편에서 많은 노인들이 소외받거나 생활의 어려움으로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음도 더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이 때 할머니는 “도와줄게 없느냐?”는 박시장의 물음에 “함께 일하러 다니는 할매들도 많은데 버스가 자주오지도 않지만 승강장에 비피할 곳이 없어 비바람이나 눈이 내릴땐 흠뻑 젖을 때가 많다”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눈물까지 글썽이던 박 시장은 할머니의 손을 꼭 잡으면서 약속을 했고 그 추운 새벽의 약속이 봄이 오기 전 햇살 속에 지켜진 것이다.
그날 이후 박승호 포항시장의 민생현장 방문은 새벽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소외되고 어두운 곳을 향해 계속되고 있으며 간부공무원들의 복지 사각지대 현장 확인도 가장 우선해야할 일상 업무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김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