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주민들이 당산목 지켜내 '화제'
주민들이 힘을 모아 이식 위기에 처한 당산목인 느티나무를 지켜낸 사실이 화제다.
느티나무 두 그루는 상주시 낙동면 평오마을 입구 도로 왼쪽에 남서에서 북동 방향으로 자리잡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 입구에서 봤을 때 왼쪽에 있는 나무를 할배나무, 오른쪽에 있는 나무를 할매나무라고 불렀다.
시 자료에 따르면 할배나무는 수령이 350년, 나무 높이가 25m이고, 직접 재어본 가슴높이 나무둘레는 460㎝였다.
줄기는 썩어서 구멍이 나 있지만 생육상태는 양호했다. 2m 정도의 높이에서 두 갈래로 갈라졌다.
할배나무는 마을에서 바라보면 줄기부분의 모양이 마치 노루나 개가 고개를 살짝 돌린 모습처럼 보였다.
할매나무는 할배나무보다 조금 낮았다.
직접 재어본 가슴높이 나무둘레는 430㎝. 줄기는 1m 높이에서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왼쪽 가지는 줄기부터 썩어 있었다.
느티나무 주변은 돌로 축대를 쌓아 놓았으며, 주변에는 가지치기한 가지와 돌들이 무질서하게 놓여 지저분했다.
지난해 보호수로 지정된 할배나무에는 아직 안내 표지석조차 세워지지 않았다.
평범하게 보이는 느티나무 두 그루의 이식 저지 운동을 한 이유를 주민들에게 들어봤다.
이식 저지 운동에 참가했던 임기수(65)씨는 “느티나무 소유주가 나무 수집상에게 나무를 판매했으나 평오마을 주민들은 이식 반대 현수막을 내걸고, 트랙터 등 농기계를 나무 주변에 둘러놓은 채 세 번에 걸쳐 반대집회를 했다“고 말했다.
이식 반대집회 때문에 나무 수집상이 주민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주민들이 수집상에게 나무값 등을 지불함으로써 합의가 이뤄졌다.
이후 나무의 소유권이 주민들에게 넘어옴으로써 할배 할매나무는 주민들과 영원히 함께 하게 됐다.
나무 수집상에게 지불한 나무 값 등 합의금은 15가구에서 200만원씩 내고, 모자라는 금액은 마을기금에서 댔다고 한다.
이영식(63)씨는 ”나무를 지키기 위해 마을 공동 경비를 사용, 지난 겨울 마을회관에 난방비가 부족해 어른들이 춥게 지냈다“며 느티나무에 대한 주민들의 애정을 전했다.
주민들이 당산목인 느티나무를 지키려 한 것은 수백 년 동안 마을을 지켜왔고, 희로애락을 같이 한 느티나무가 팔려가는 것을 그냥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아둔 쌈짓돈 등을 선뜻 내놓은 주민들의 행동은 동제라는 형식적인 절차는 없어졌지만 느티나무가 주민들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수호신으로 자리잡은 듯했다.
김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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